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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7년~] 진료실에서

전문가에게 너무 가혹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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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에 대한 책을 읽었다.

150년 전에는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의

50% 정도가 살아서 나오질 못했다.

사람들은 병원에 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도 여전히 의사들은 존중받았다.

본인이 수술한 환자가 죽었다고

의사를 처벌하는 일은 없었다.

 

2021년 현재,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의 99%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4년을 근무했다.

보통 하루에 수술을 100여개를 했는데

수술 중에 사망하거나

수술이 잘못되어서 사망하는 경우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2021년 대한민국에서

수술 중 혹은 수술 후 환자가 사망할 경우

또는 진료 후 환자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은 경우

의사는 형사소송을 당할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왕왕 있다.

 

사망률이 극단적으로 낮아졌음에도

전문가에게 지우는 책임과 비난은 더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전문가에게 가혹한 것은

의학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100년 전 날씨 예보는 정확도가 어땠을까?

분명 거의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날씨 예보는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2017년 기준 기상청의 예보 적중률은

92%라고 한다.

(출처: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699)

 

정확도가 엄청나게 상승했음에도

기상청은 이전보다 더 욕을 먹는다.

아직까지 날씨 예보가 틀렸다고

처벌받는 기상예보관은 없지만,

정확도가 99% 이상으로 올라가면

주요 날씨 예보가 틀렸을 경우

처벌받는 기상예보관이 나올 수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전문가에 가혹한 사회가 되었을까?

전문가들이 자초한 것일까,

아니면 사회 분위기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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