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사에 대한 책을 읽었다.
150년 전에는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의
50% 정도가 살아서 나오질 못했다.
사람들은 병원에 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도 여전히 의사들은 존중받았다.
본인이 수술한 환자가 죽었다고
의사를 처벌하는 일은 없었다.
2021년 현재,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의 99%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4년을 근무했다.
보통 하루에 수술을 100여개를 했는데
수술 중에 사망하거나
수술이 잘못되어서 사망하는 경우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2021년 대한민국에서
수술 중 혹은 수술 후 환자가 사망할 경우
또는 진료 후 환자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은 경우
의사는 형사소송을 당할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왕왕 있다.
사망률이 극단적으로 낮아졌음에도
전문가에게 지우는 책임과 비난은 더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전문가에게 가혹한 것은
의학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100년 전 날씨 예보는 정확도가 어땠을까?
분명 거의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날씨 예보는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2017년 기준 기상청의 예보 적중률은
92%라고 한다.
(출처: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699)
정확도가 엄청나게 상승했음에도
기상청은 이전보다 더 욕을 먹는다.
아직까지 날씨 예보가 틀렸다고
처벌받는 기상예보관은 없지만,
정확도가 99% 이상으로 올라가면
주요 날씨 예보가 틀렸을 경우
처벌받는 기상예보관이 나올 수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전문가에 가혹한 사회가 되었을까?
전문가들이 자초한 것일까,
아니면 사회 분위기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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