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회진료에서 본 할머니 얘기다. 혼자 마을회관에 오셨다. 성함을 여쭈어보니 본인 이름을 말하신다. 옆에 계신 분이 '용케 이름은 안 까먹었네'라고 하신다. 차트를 꺼내보니 과거력에 '치매'라고 적혀있다.
혈압을 쟀다. 160/118이 나왔다. 앞의 숫자는 수축기 혈압이고 뒤의 숫자는 이완기 혈압이다. 보통 사람들은 수축기 혈압만 신경쓴다. 보통 수축기 혈압만 높기에. 하지만 이완기 혈압이 높은 것이 훨씬 위험하다. 보통 이완기 혈압이 100만 넘어도 높은 것인데 이 분은 118을 찍었다. 내가 여태껏 본 숫자 중 가장 높았다.
이전 기록을 보니 계속 혈압이 높았다. 2년 넘게 이완기 혈압은 세 자리를 찍고 있었다. 고혈압을 충분히 진단하고 약을 복용해서 조절을 했어야 했다. 어쩌면 집에 혈압약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치매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돌봐주는 분이 있는지 물었다. 요양보호사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요양보호사 분은 할머니에게 혈압약을 먹일 수는 없는 것일까? 요양보호사는 할머니 한 명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도움이 필요한 여러 사람들을 돌보는 듯했다.
요양보호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난 당연히 요양보호사는 면 혹은 시,군 단위에서 관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어보니 아니었다. 단체가 따로 있어서 돈을 받고 요양보호사를 관리한다고 했다. 지방 행정당국 혹은 보건당국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듯했다.
고혈압, 당뇨 등 다양한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 모두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질병이 악화된다. 치매는 특히나 본인 건강 상태에 대한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에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요양보호사와 지방 보건(지)소와의 연계를 통해 치매 노인의 건강 관리를 하면 어떨까? 치매 노인들이 직접 병원에 갈 필요없이 집에서 요양보호사의 관리를 받고 현재 갖고 있는 질환과 약은 보건소의 관리를 받는 것이다.
국가에서 치매노인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준비중이다. 치매노인은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하나 없다. 치매노인의 건강 관리에 대해서는 어떤 사업이 발표될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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