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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1년] 본4 실습

자학교 인턴 폭풍 탈락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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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학교에서 보면 본교 우대를 하는 것이 구시대적이고 폐쇄적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병원에서 본교 우대없이 직원을 선발하면 병원은 잘될지 몰라도 대학은 몰락할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배치표를 보면 보통 서울대>연대, 고대 순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예외인 학과가 있으니 바로 의대이다. 서울대가 1위이고 그 아래에 연대가 있는 것은 맞지만 고대는 없고 연대와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 성균관대, 울산대와 카톨릭대이다. (그래봤자 점수 1~2점 차이지만.) 그 이유가 뭘까? 바로 이 대학들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06년도 쯤에 성균관대 의대의 입학 커트라인이 낮아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진위 여부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낮아진 이유는 성대의대의 1회 졸업생이 삼성서울병원 레지던트 지원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은 그 커트라인이 올랐는지 내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얘기를 들으며 의과대학과 병원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 본교 우대 없이 성적 위주로 직원을 뽑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기왕이면 더 성적 좋은 사람들을 직원으로 두고 또 그들이 수련의까지 하면 능력있는 인재를 병원에 둘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깐. 하지만 이것이 지속되면 의과대학은 몰락하고 말 것이다. '연세의대=세브란스 수련'이라는 공식은 무너질 것이고 교수님들이 6년간 떠들어대던 '세브란스 정신'은 사라질 것이다. 세브란스 병원과 연세의대가 동일하지 않게 되었는데 왜 연세의대에 세브란스 정신이 남아있겠는가? 아마 수업시간에 그런 얘기를 하는 교수들이 가식적으로 보이겠지. 어쩌면 학생들은 세브란스에서 수련받기 위해서 연대의대를 선택하지 않고 오히려 학점 잘 주고 공부 잘 가르치는 의대를 선택할지도 모른다. 학생 중 1/5이 병원에서 원하는 인턴 기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게 가르치는 의대가 잘 가르치는 의대는 아니지 않는가?

작년 인턴설명회 때 교육수련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와서 본교 우대 많이 해줄테니 걱정말고 지원하라고 했다. 아마 그 말 믿고 지원한 사람도 꽤나 될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더 큰 문제는 3년동안 공보의를 하고 다시 지원한 사람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떨어진 사람이 3년 후 마음 편히 NR1에 지원할 수 있을까?

3년 전부터 시작한 이 폭풍같은 '공평함'은 이제 확실해졌다. 내년부터는 인턴은 물론 전공의까지 외부에서 엄청나게 지원할 것이다. 교수님들의 눈에는 이것이 바람직하게 보일 것이다. 그들의 현실에서는 연세의대는 보이지 않고 저 앞에 달려가고 있는 아산병원과 삼성의료원, 언제나 바라만 보던 서울대병원, 그리고 성모병원만이 보일테니.

축구 팀에는 외부 영입 위주로 선수를 구성하는 팀이 있고 유소년을 잘 키워서 선수를 구성하는 팀이 있다. 과연 두 팀 중 어느 팀이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더 오래 리그를 호령할 수 있을까?

(폭풍 분노해서 쓴 글이라 논리적 보완이 절실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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