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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2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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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뇌종양환자에게 두통약을 준 것이 잘못일까? 최근 sbs 뉴스 보도 중 군대에서 뇌종양 환자에게 두통약을 주었다며 군의료를 비난한 내용이 있었다. 의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몰상식한 기사라 생각한다. 진단이 어떻게 내려지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쓴 기사. 사실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의사들이 어떤 과정으로 진단을 내리는지 몰라서 생기는 오해가 많다. 그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응급실 근무 중 젊은 남자가 배를 움켜쥐고 응급실로 들어왔다. 옆에는 동행한 보호자(지인으로 보임.)가 있었다. 둘 다 술 한 잔 걸친 상태. 환자를 우선 침대에 눕히고 진찰을 시작했다. 어디가 아픈지, 언제부터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뭐 특별히 먹은 것은 있는지 구역, 구토 증상은 있는지, 설사는 하는지 등등 문진을 하였다. 한창 묻고 있는데 보호자가 나한테 소리..
4텀 [4텀] 4텀은 외래주사실 2주, 암센터 주사실 2주 근무했다. 소위 말하는 '꿀'파트. #1. 인턴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매일 퇴근 이라는 것을 해봤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도 해보았다. 신세계였다. 지금까지 13주의 인턴 생활이 다시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의대에서는 삶의 질을 보통 QOL(Quality of life)이라고 부른다. 진로를 결정할 때 고려할 여러 요인 중 QOL이 상당한 우선순위로 올라가는 계기가 된 4주였다. #2. 외래주사실 인턴의 일은 80%가 복부 피하 주사를 놓는 일이었다. 대부분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외과에서 암 치료의 일종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가 대상이다. 그 외에는 복수천자 끝난 환자들 주사 빼주기, 간단한..
3텀 바쁜 인턴 생활과 귀차니즘으로 인해 인턴이야기를 많이 못 썼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기록을 위해 각 텀별로 있었던 일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3텀] #1. 내과 인턴이 되었다. 처음으로 병동 일도 해보고 입원환자를 상대하는 일을 하였다. (이전에는 환자를 엑셀 파일에서만 보거나 응급실 환자를 봤으니..)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의욕적으로 일했다. 실수도 많이 하고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의사로서 갖춰야 할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좋은 기회였달까? 내가 맡은 파트는 담췌파트(+내분비)였다. 교수님이 나름 유명하신 분이라 환자가 많았다. 나의 일상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침 7시 - 회진 가이딩 오전 - 각종 드레싱과 푸시 처리. 오후 - 신환받기 당직 이정도였던 것 같다. 이 파트의 특징은 ERCP 방으..
내게 고맙다고 하신건지 욕을 하신건지.. 12.04.02 응급실은 보통 일요일이 제일 바쁘고 평일과 토요일은 그보다 널럴하다. 보통 때에는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접수하고 바로 응급실로 들어와서 진료를 보지만 일요일에는 접수하고 밖에서 대기하다가 의사가 부르면 응급실로 들어오는 차이랄까? 그런데 이번 월요일에는 이상하게 환자가 많았다. 그것도 한 3시간 정도만 집중적으로. 내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근무한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이번 월요일에 가장 바쁠 때에는 그 일요일보다도 더욱 바빴다. 응급실 침대가 모두 차서 환자를 복도에서 진료할 정도였으니깐. 평소에도 그닥 친절하고 설명 잘하는 의사는 아니지만 바빠지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쌓여있는 초진차트를 보면서 내 마음이 더욱 급해져서인지, 환자에게 설명을 대충하고 환자 얘기도 많이 못 듣게 된다. ..
감사를 받을 줄 모르는 의사 선생님 12.03.26 성형외과에서 비서질 하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의사 노릇을 하게 된 홍익병원 응급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자를 보려니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어제 당직 서면서 밤새도록 레지던트 콜을 받느라 잠도 못자서 더욱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보니 일요일 하루에 본 환자만 178명. 인계받을 때 3월 한달간 가장 많은 환자를 본 날 180명 정도를 봤다고 들었는데 나는 첫 날부터 그 기록에 근접했다. 어느 정도로 바빴냐면 아침 9시부터 자정이 지나 환자가 줄어들 때까지 밥은 저녁 겨우 먹었고 화장실은 한 번도 못 갔으며 자리에 앉은 것도 처방낼 때 빼고는 없었을 정도였다. 환자보는 요령이라도 있으면 좀 나았을 텐데 100% 초짜 의사였기에 과장님께 혼나고 간호사 선생님께 혼나고 ..
첫 오프, 外 12.03.01 #1 첫 오프를 나왔다. 오프라 함은 일반 직장인들이 ‘퇴근’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밤에 병원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병원 밖에 나가도 되는 것. 오프를 나가도 된다는 이야기를 1년차 선생님께 들었을 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지난 주 월요일 오후에 병원에 들어간 이후 벌써 열흘을 병원 밖에 나가지를 못했다. 병원 밖으로 나가도 누구에게도 혼나지 않는 상황이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카운터에게 내 콜폰을 맡기면서 서로 씩 웃었다. 카운터가 폰을 세 개나 들고 있으니 너무나 무겁다고 했다. 비록 하루에 한 통 콜이 올까말까 한 내 콜폰이지만 그래도 내 의무가 카운터에게 통째로 넘어갔으니 무거울 만하다. 첫 오프는 일단 집으로 가자! #2 첫 텀은 성형외과이다. 성형외과 인턴은 환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