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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2년] 인턴

4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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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텀]

 

4텀은 외래주사실 2주, 암센터 주사실 2주 근무했다. 소위 말하는 '꿀'파트.

 

#1.

인턴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매일 퇴근 이라는 것을 해봤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도 해보았다. 신세계였다. 지금까지 13주의 인턴 생활이 다시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의대에서는 삶의 질을 보통 QOL(Quality of life)이라고 부른다. 진로를 결정할 때 고려할 여러 요인 중 QOL이 상당한 우선순위로 올라가는 계기가 된 4주였다.

 

#2.

외래주사실 인턴의 일은 80%가 복부 피하 주사를 놓는 일이었다. 대부분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외과에서 암 치료의 일종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가 대상이다. 그 외에는 복수천자 끝난 환자들 주사 빼주기, 간단한 드레싱, 케모포트 넣은 후 실밥 빼기 등의 일들이 있다. 주사가 없는 날은 별로 없지만 많은 날은 하루 종일 환자들 배에 주사를 놓아야 했다. 덕분에 주사 놓는 기술이 좀 늘었나..?

 

암센터 주사실 인턴의 일은 항암치료받는 환자들의 프라이머리 콜을 받는 것이 메인이다. 그리고 드레싱이나 케모포트 꽂는 등의 잡일도.

 

#3.

외래 주사실에서는 그저 책읽고 일하고 잔 기억밖에 없다면 암센터 주사실에서는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 우선 암센터 주사실에는 항암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99%이다. 환자군은 1기부터 말기까지 다양하고 그만큼이나 환자들의 캐릭터도 다양하다. 나이도 소아 혈액종양 환자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하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역시나 소아 혈액종양 환자들이다. 5~6살 된 아이가 머리를 빡빡 밀고 한 손에는 수액과 항암제를 맞으며 주사실을 돌아다니는데 그 표정이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아픔이 힐링되는 느낌. 그들의 그런 웃음 뒤에는 부모의 울음이 함께하겠지. 그 아이들을 보면서 가장 가슴아팠던 순간은 주사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의 태도였다. 아이들이 주사 맞을 때마다 우는 것은 매우 짜증나지만 아이이기 때문에 당연히 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주사가 무섭다.) 그런데 너무나 주사를 많이 맞아서 주사맞는 고통 따위는 고통으로도 여기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그 아이들은 지금 잘 살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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