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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동남아

[1] 우붓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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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014년 첫 휴가는 발리로 정했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트위터의 영향이 컸던 결정이다. 트위터에서 다니(@afterdan)님의 족자 여행기를 읽으며 족자에 가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불한당 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의 여행기를 읽고 목적지를 족자에서 발리로 옮겼다.


휴가를 발리로 간다는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거기 신혼여행지잖아? 너 누구랑 가는데? 혼자? 혼자 거길 왜 가니?

나도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발리는 신혼여행지로 각인되어 있었다. 실제로 발리에 오면서 보니 혼자 여행하는 사람보다는 둘이 여행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발리는 혼자서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목적지는 발리 섬 내부의 우붓이다. 해변에 가면 커플이 더 많아서가 아니라 지난 여름 스페인에서 해변보다는 육지가 훨씬 더 좋았기 때문이다. 여태껏 정신없이 바쁜 여행만 했기에 이번에는 한 번 힐링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정처없이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에서 밥 먹고 차 한 잔 하면서 책 읽는, 그런 휴가를 과연 내가 지루해하지 않고 보낼 수 있을지 확인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1.

2014년 4월 12일 오전 11시 5분, 인천공항을 떠나는 가루다항공에 몸을 실었다. 



온라인 체크인에서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뒤쪽 자리의 창가석을 골랐다. 다행히 내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약 7시간의 비행은 졸다 깨다를 반복하니 거의 끝나 있었다. 우리나라는 날씨가 흐렸는데 비행 내내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를 보이다 발리에 거의 다 오니 구름이 많아졌다. 일기예보를 보니 발리에 비도 오고 그런다는데....




착륙하면서 발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동체 오른쪽 창가석을 권한다. 나는 south kuta의 모습만 보면서 착륙했다.


공항에서 입국수속 줄이 정말 길었다. 비행기 3~4대 정도가 동시에 도착했는지, 내 뒤로도 줄이 하염없이 길었다. 나는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했다고 생각하는데, 입국수속만 40분 기다렸다. 세관 통과할 때에 보안검색을 한 번 더 하는 것도 인상깊었다. 그것도 줄서서. 비행기가 도착한 후 약 1시간여 만에 우붓으로 가는 택시를 탈 수 있었다.


#2.



우붓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공항에서 우붓까지의 택시비는 25만 루피아. 서로 말이 안 통하는 두 남자가 약 1시간동안 말없이 같은 공간에 있었다. 


우붓으로 가는 길에서 가장 놀란 것은 오토바이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왕복 2차선 도로에 오토바이가 무수히 있는데도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앞에서 차가 천천히 가면 반대쪽에서 오토바이가 와도 그냥 추월하는 장면은 아주 인상깊었다.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운전했다가는 욕먹고 아주 장수할 것 같다. 


우붓에 다 와서 아저씨가 헤맸다. 내가 가지고 있던 호텔 바우처에 길 이름만 나와 있고 더 이상의 주소가 없어서. 나도 지도에서 대충만 봤을 뿐 정확한 위치는 몰랐기에 서로 당황해했다. 더욱이 전화번호도 적혀있지 않아서 전화도 못하는 상황. 길 끝까지 일단 가보자고 했는데 바로 숙소가 나왔다. 길가에 세워줘도 되는데 아저씨는 숙소 내부까지 차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말없이 담배만 피길래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내려주며 인사하는 모습이 얼마나 친절해보이던지.


#3.


숙소는 짐을 풀고 마음의 안정을 잠시 취한 다음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시간은 7시 반정도였는데 밖은 이미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식당을 찾아 우붓 중심으로 가려 했는데 (내 숙소는 몽키포레스트 남쪽에 위치) 가는 길이 너무 어두워서 그냥 돌아왔다. 




초행길에 조명이 하나도 없는 이런 길을 혼자 걸을 만큼 용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돌아오면서 들어간 곳이 Laka leke restaurant.




안에서는 한창 쇼가 진행중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쇼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메뉴에서 적당히 맛있게 생긴 것을 고른 후 쇼를 보았다. 쇼의 이름은 Frog show. 말은 알아들을 수 없으나 개구리 둘이 사랑을 하다가 나중에 인간이 되어 또 어쩌구저쩌구 하는 내용인 듯했다. 쇼의 내용은 알아듣지 못하니 관심이 안 갔고 배우의 손놀림, 발놀림이 매우 인상깊었다. 특히 사진의 저 배우의 손가락 꺾는 기술은 쉬이 따라할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자연스레 포토 타임을 가졌다. 관객들 모두가 박수치고 커튼콜을 기다렸으나 원하는 사람은 사진을 찍으라는-_- 안내방송이 나왔다. 찍을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찍어달라고 하니 한 장 찍었다. 저 아래 앉아 있는 개구리들은 끝나고도 계속 서로 장난치는게 왠지 어린 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쇼를 보고 간단한 식사를 한 가격은 얼마일까? 계산하러 가니 56000 루피아를 불렀다. 우리 돈으로 6천원이 안 되는 돈. 


그렇게 우붓에서의 첫날 밤은 지나갔다. 저녁을 너무 급히 먹었는지 식사 후 몸이 안 좋아져서 약 먹고 에어컨도 끄고 이불 뒤집어쓰고 (당시 기온이 26도였다.) 침대에서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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