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이야기/동남아

[2] 우붓. 관광지이지만 동시에 관광지가 아닌 곳

반응형

휴가이기에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났다. 전날부터 좋지 않던 몸이 아침에도 전혀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호텔에서 준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진통제를 복용한 후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밖에서는 직원이 다 먹은 아침을 가져가겠다고 문을 두드렸지만, 나는 점심 대용으로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냥 나중에 가져가라고 했다. 그렇게 두어시간 지나자, 몸이 괜찮아졌다. 역시 진통제의 힘이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 동네 구경은 해야지. 시간은 12시. 적도 부근에 위치한 발리는 하루 중 가장 뜨거울 시기였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는 걸.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나를 반긴 건 더위였다. 몇 발자국 떼지도 않았는데 등이 땀으로 흥건했다. 숙소가 몽키포레스트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우붓 중심가로 가려면 꽤나 걸어야했다. 몽키포레스트는 30000루피아(?) 정도의 입장료를 받기에 그 옆길로 돌아갔다. 오토바이 두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길을 걷다보면 몽키포레스트의 몽키들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더 걸으면 몽키포레스트의 포레스트가 보이며 우붓 중심 쪽 몽키포레스트 입구가 나온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환전소였다. 대충 거리를 거닐면서 환율이 좋은 곳을 찾았다. 대충 돌아본 나의 결론은 몽키포레스트에서 가장 가까운 환전소의 환율이 제일 좋다는 것이다. 괜히 이리저리 헤매지 말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전하길 바란다. 나는 100달러를 1,135,000루피아 정도로 환전했다. 5만 루피아 지폐를 22장 받고 2만 루피아 1장, 1만 루피아 1장, 5천 루피아 1장을 받으니 지갑이 순식간에 두둑해졌다. 만약 숙소 비용을 이미 지불하고 발리에 도착한 여행객은 이 돈을 쓰는 데 시간이 꽤나 걸릴게다.



우붓에 들어와서도 테마는 여전히 '더위'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몸은 마치 수 km를 걸은 것 같았다. 하지만 우붓의 풍경은 더위

를 이겨낼 만한 것이었다. 



길가에 보이는 이런 도마뱀(?)이라든가



슈퍼 아이스크림 냉장고의 빙그레 상표는 더위 속에서도 날 웃게 했다. (저 아이스크림을 팔지는 않더라...)


몽키포레스트에서 길을 따라 우붓 왕궁 앞까지 갔다. 지도에 왕궁이라 찍힌 곳은 과연 이곳이 왕궁인지 의심케 하는 외양이었다.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모습에 내부는 공사중, 주변엔 사람들(대부분 관광객)로 바글거렸다. 방향을 동쪽으로 꺾었다. 단지 Jalan sukma라는 길이 어떤지 궁금해서였다. 길에는 끊임없이 오토바이와 차들이 다녔고 관광객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상점도 많았다. 예쁜 장식품들, 예쁜 그림들 등등. 하지만 나는 그냥 걸었다. 아직 환전을 못했기 때문이다. (환전은 Jalan sukma 거의 다 가서 처음 본 환전소와 환율이 가장 비슷한 곳에서 했다.)



우붓 여행기를 읽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우붓에서 '관광지이지만 관광지가 아닌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가면서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도 그런 느낌을 더욱 받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파란 옷 입은 아이는 집으로 도망치고 노란 옷 입은 아이는 자전거타며 쫓아가는 모습.



Jalan sukma에 왔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불한당님의 우붓 여행기 (우붓을 오고 싶게 만들었던 바로 그 글) 에서 관광지가 아닌 발리인의 우붓이라 소개했던 바로 그 거리다. 길을 걷다보면 신께 바칠 예물을 준비하는 여자들도 있고 그늘 밑에서 담배피며 앉아 있는 청년들, 뛰어 노는 아이들. 그 길을 걸으면서 관광객이라고는 내가 전부였다. (대신 관광객이 올 이유도 딱히 없는 거리였다. 카페라곤 길 초반에 위치한 Jazz cafe가 유일하고 길에는 그저 오토바이 가게, 빨래방, 가정집, 홈스테이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예물(?)들의 의미는 무엇일지, 집집마다 보이는 제단 등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물을 사람도, 물을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길가다 보이는 괜찮아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때웠다. 논과 연못이 보이는 식당이었다. 메뉴는 미고렝. 볶음국수였다. 굳이 특별한 차이는 못 느꼈다. (한 트위터 유저분이 미고렝, 나시고렝도 식당마다 매우 다양하다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기회되면 또 먹어봐야겠다.) 먹고 나서 잠시 휴식을 가진 후, 또 걸었다. 정말 원없이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면 그렇게 많이 걷지는 않았다. 아마 더위에 지쳐가는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려 했으나 숙소까지 오면서 카페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숙소 앞 카페 (겸 식당)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꽤나 많았던 여행 중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은 처음이 아닐까? 



오늘 어디를 어떻게 걸었는지 보여주는 지도. 몽키포레스트 아래쪽 화살표 끝이 내 숙소이고 그곳에서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해서 우붓을 대충 한바퀴 돌고 숙소로 귀환했다. 파란 점은 가장 환율이 좋다고 느낀 환전소이고, 초록 점은 우붓 중심이다. 우붓중심에서 숙소까지 오는 길은 보행로 없이 그냥 찻길을 따라 걸었다. 위험한 길이니 주의.


밤에는 별을 봤다. 구름만 없으면 별이 정말 잘 보이니 별 좋아하는 사람은 참고하길.


** 오늘 먹은 음식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