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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

휴게시간과 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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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버스기사 자유로운 상태 대기는 휴게시간…급여 불필요"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835020


며칠 전 이런 기사가 나왔다. 나를 비롯한 인터넷의 많은 사람들은 판사가 말도 안되는 판결을 했다고 생각했다. '판사가 재판정에 없는 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냐'는 비난도 나왔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살던 아파트는 라인마다 경비아저씨가 계셨다. 십수년이 흐르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이 아파트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인지 경비아저씨가 2라인에 1명씩 있었다. 그리고 특정 시간이 되면 경비실에 안내문이 하나 붙었다. '경비 휴게 시간' 이라는 안내문이었다.


휴게시간을 보면 점심시간, 저녁시간이 2시간씩 되고 밤에도 5시간 정도 있었다. 휴게시간이 생긴 이유는 간단하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다. 직장인들도 점심시간 1시간은 근무시간에서 빠지듯이 2시간의 식사시간 동안은 월급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휴게시간을 길게 만드는 꼼수까지는 아주 문제되는 정도는 아니다. 나는 그 휴게시간동안 경비아저씨가 다른 데 가서 일을 보거나 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며칠 전 경비아저씨의 휴게시간에 경비실에 물건 하나를 두러 갔다. 당연히 휴게시간이니 경비아저씨는 안 계실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문을 딱 여는데 안에서 경비아저씨가 나오셨다. 쉬는데 왜 방해하냐는 짜증과 함께. 당연히 다른 곳에서 쉴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이다.


재판부는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나 다음 운행버스의 출발시간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었으므로 운전기사들이 이를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위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렇게 말했다. 경비아저씨의 휴게시간, 직장인의 점심시간 역시 위와 같은 논리로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버스기사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은 재판부의 판결이 잘못이라면 경비아저씨나 직장인의 점심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참고로 대법원에서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휴게시간'에 대한 기준을 보여주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재판부는 “입주민들은 경비실에서 불을 끄고 취침하는 경비원들에 대해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했고, 경비실 불이 켜져 있는지 등을 보고받았다”며 “이 같은 평가가 경비원의 재계약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야간 휴게시간에도)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www&artid=201712132156005&code=940702#csidx8eba78d2e7dd8099580c0226b7c1da2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았다면 휴게시간이라고 되어 있더라도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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