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한양에서 삼남지방을 가는 길을 여러 개가 있다. 그 중 지금의 강남 지역을 거쳐 가는 길은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 사평나루에서 내리면서 시작되었다. 사평나루에서 길을 따라 말죽거리(지금의 양재)를 거쳐 내려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길은 지금 어디쯤일까?
(이하 모든 자료는 국토정포플랫폼 국토정보맵, 서울특별시 항공사진 서비스, 카카오맵에서 가져왔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지도다. 위에 보면 신사리라고 적혀있고 오른쪽 아래에 마죽거리(=말죽거리)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이 지역을 잇는 길이 하나 보인다.
일제시대에 이 지역은 개발의 중심이 아니었기에 조선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저 길은 아마 조선시대, 어쩌면 고려시대에 사람들이 이용했던 길일 것이다.
이제 구간별로 추적해보자.
한강 북쪽에 배 모양의 기호가 3개 보인다. 나루를 뜻하는 듯하다.
오른쪽부터 한강나루, 서빙고나루, ? 로 추정된다.
한강나루에서 배를 타면 새말나루에 내리고, 서빙고나루에서 배를 타면 사평나루에 내린다고 했으니 한강 남쪽의 나루는 가장 오른쪽이 새말나루, 그리고 왼쪽 두 개 중 하나가 사평나루일 것이다.
사평나루(沙平나루)라는 말 자체가 모래가 평평한 땅에 있는 나루라는 뜻이므로 지도 상의 넓은 모래가 많은 곳이 사평나루가 맞을 것이다. 그 어떤 나루에서 내리든 간에 길은 신사리라고 써 있는 동네로 모인다. 그렇다면 저 신사리는 어디일까? 지금의 신사동일까?
1972년의 항공사진이다. 위 지도의 신사리와 비슷한 지형은 어디일까?
내가 비슷한 길이라고 생각한 부분에 파란 줄을 그었다. 시간은 50년 정도 흘렀지만 개발이 되지 않아서 길이나 촌락의 위치는 그대로일 것이다. 유사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저 곳의 현재 위치는 어디일까?
1972년 항공사진에는 중요한 랜드마크가 있다. 바로 경부고속도로이다. 2019년 현재 경부고속도로의 위치는 1972년과 같다. 따라서 경부고속도로의 서쪽에서 유사한 지점을 찾아보았다.
나는 이 부근이 위 사진의 신사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은 3개의 세로줄 중 가장 왼쪽 길은 개발로 인해 사라졌지만 2개의 길은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있다.
지금의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아파트, 잠원현대아파트, 잠원훼미리아파트 부근이 옛날 신사리였던 것이다. 이러면 저 위에 사평리공원이라고 되어 있는 곳의 의문도 풀린다. 저곳은 옛날에 사평장터라 하여 장이 열리던 곳이라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왜 저기에서 장이 열렸나 궁금했는데 만약 저곳이 새말나루로 가는 길이었다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서빙고나루에서 오던 길상에 있던 잠실리(현재의 잠원동)은 지금의 어디쯤이었을까?
빨간 동그라미에 있는 십자로에 집중해보자.
위 사진은 1976년 항공사진이다. 주황색 동그라미 부분과 놀랍게도 유사하지 않은가?
오른쪽 아래에 있는 아파트는 지금은 재건축되어 래미안신반포팰리스가 된 대림아파트이다. 즉, 지금의 잠원한신아파트 자리가 예전의 잠실리였던 것이다.
어쩌면 지금은 잠원한신아파트에서 한강공원 나갈 때 이용하는, 신잠원나들목이 옛사람들이 사평나루에 나룻배타러 가던 그 길이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난 위 지도의 파란 선이 현재는 이런 위치였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 길은 1972년 항공사진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 연장선은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끊겨 있다. 다음 포스팅에 경부고속도로를 넘어서 이 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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