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동산으로 서울이 후끈후끈하다. 나 역시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부동산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강남은 이렇게 되었을까?'
그러던 중 우연히 김시덕이 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가 예전에 쓴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라는 책을 아주 인상깊게 읽었고 그의 새 책인 <일본인 이야기1>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지만 그가 서울에 대한 책을 쓴 줄은 몰랐다.
책을 읽는 도중 그의 여러 시각에 대해 많이 공감했다.
조선시대의 삶만 역사가 되고 70~80년대의 삶은 역사가 되지 않는 현실. 높은 사람들의 사건만 역사가 되고 '보통' 사람들의 사건은 역사가 되지 않는 현실.
정치인, 경제인들의 뉴스는 신문에 크게 나고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얘기는 신문에 아주 작게 난다. 우리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많은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번에 한강 나루에 대한 것을 찾아보면서 그에 대한 기록을 인터넷에서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특히 신문 기사에서 어떤 나루를 건너면 어떤 나루에 도착한다와 같은 내용을 찾았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몇 번 버스를 타면 현충원에 도착합니다'와 같은 얘기이니 신문 기사로 날 수는 없었을게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버스가 사라지거나 버스 노선도가 변한다면 우리는 2020년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현충원 가는 버스 노선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된다.
김시덕이 남기고가 한 것은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기록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버스노선 뿐만 아니라 어디에 어떤 가게가 처음 들어오고, 어떤 가게가 사라지는 것도 크게 보면 서울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들이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 유래에 대해 조사해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당시 인터넷이 있었음에도 동네의 유래에 대해 찾아보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기록이 많아졌다. 디지털화된 기록들이 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고 스스로 기록원이 되어 블로그 등에 기록을 남기는 사람도 늘었다.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것들은 잘 보존하고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과 기준을 정하는 것이 참 어렵다. 무조건 밀어버리는 것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보존하는 것도 안된다. 주공아파트를 한 동만 남기고 나머지를 재건축하는 것은 뭔가 '남기는' 것이지만 '제대로' 남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없애버리면 살릴 수는 없지만 남겨놓으면 없앨 수는 있으니 나은 것일까? 참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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