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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 강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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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 1년차 때는 내가 내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환자를 보는 시기였다. 그래서 의욕이 넘쳤다. 비록 환자군은 감기가 대부분에 고혈압, 당뇨 조절받는 사람이 전부였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설명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특히 감기 환자는 더욱 그랬다. 처음엔 감기 환자에게 약을 최소한으로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약을 내어주는 여사님이 '약을 너무 조금 준다며 환자들이 싫어한다'는 얘기를 했다. 감기 걸렸을 때 왜 약을 먹을 필요가 없는지에 대해 10여분을 설명했지만 환자들에게 돌아오는 반응은 '약이 너무 적다'였다.

공보의 3년차가 끝나가는 지금 나는 1분 진료를 한다. 내가 10분을 떠들어봤자 어차피 환자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태도도 생겼다. 괜히 내 원칙대로 처방하다 민감한 사람을 만나면 싸우게 되고 그러면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느니 그냥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게 나 스스로에게 좋았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 중 (내가 아는 분야의) 95%는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쓴 소아과 선생님처럼 열심히 설명해도 듣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요즘엔 주변에서 안아키같은 얘기를 해도 그냥 웃으면서 지나간다.

내가 이렇게 변해서인지 환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이렇게 책까지 쓰는 의사들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책까지 쓸 정도면 분명 진료 현장에서 환자 및 보호자와 엄청나게 싸울 것이다. 이렇게 열정이 있으면 원칙을 지켜 진료해도 망하지 않는 것일까?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국내도서
저자 : 강병철
출판 : 김영사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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