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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7년~] 진료실에서

환자의 자기 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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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이제 6개월 정도 되었다.

지난 6개월간 나는 평소의 신념대로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여러가지 치료옵션을 설명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해준 후 환자에게 직접 치료 방법을 선택하게 했다.

환자가 스스로 자기 몸을 치료할 방법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환자에게 치료방법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에 대해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환자마다 성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들거나 비침습적인 치료방법(대표적으로는 약물치료)을 선택했다.

물론 그런 치료법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A라는 치료방법이 훨씬 나은 방법임에도 환자들은 B라는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A라는 치료방법 대신 B라는 치료방법을 선택했을 경우 치료 기간도 길어지고 예후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자기선택권'이라는 이유로 환자가 B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그래서 요즘에는 약간 변형을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방법은 설명을 하지 않으면서 조금 더 나은 방법들만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익숙치 않기에 종종 모든 치료방법을 설명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환자들은 (내 생각에) 더 나은 치료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변형이 점점 더 진행하게 되면

환자에게 자기선택권을 주지 않는, 기존 의사들의 관습(?)처럼 변할 수도 있게 된다.

여기서 드는 생각이 하나.

어쩌면 선배 의사들은 이미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환자들에게 자기 선택권을 제한한 것이 아닐까?


초보 의사에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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