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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1년] 본4 실습

정형외과 외래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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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몇 년 전에 친구 하나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팔이 부러져서 수술을 받았다는데 팔이 부러진 이유가 좀 황당했다.
야구하면서 투수를 했는데 공을 던지던 순간에 갑자기 팔이 부러진 것이다. (상완 골절)
듣고 좀 황당했는데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야구하다 팔 부러지는 걸 보면서 이걸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외래에서 더 황당한 케이스를 봤다.
군인 한 명이 팔이 부러졌다면서 왔다.
어쩌다 부러졌냐고 교수님이 물으니 팔씨름을 하다 팔이 부러졌다고 한다.
헐...
얼마나 심하게 팔씨름을 하면 팔이 부러지는 거지...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날 환자 중에 팔씨름을 팔이 부러졌던 사람이 또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분, 팔씨름할 때 조심해서 하세요.
팔 부러지면 아프고 수술해야 되고 흉터남고... 

#2.
앞에서 말한 군인과 연관된 또 다른 이야기이다.
어느 부대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는 어딘가의 국군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기 위해 대학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팔씨름을 하다 윗팔이 부러진 환자.
교수님이 어느 정도로 팔이 부러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환자가 가져온 외부 CD를 봤다.
그런데...
CD에 들어 있는 사진은 환자의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몇몇 사진은 윗팔이 부러졌지만 대부분 팔꿈치가 부러진 환자의 사진들이었다.
순간 다들 정적...
교수님도 황당하고 레지던트 선생님도 황당하고 나도 황당하고 환자도 황당하고...

이래 가지고 나중에 군대 가서 국군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마음이 놓이련지..;;

#3.
어느 분이 진단서를 끊으러 왔다.
보험회사 제출용이라면서 꼭 '캐스트'라는 말을 넣어 달라고 했다.
지난 기록을 보던 교수님이
'지난번에 가져간 진단서에 기브스를 했다고 넣어 드렸는데요?'
라고 말하셨다.

기브스=캐스트=석고붕대

차이점은 기브스는 독일어, 캐스트는 영어, 석고붕대는 한글이라는 정도?

그런데 환자 曰
'보험회사에서 기브스라고 쓰면 인정이 안된대요. 무조건 캐스트라는 말이 있어야 한대요.'

그 말을 들은 교수님이 피식, 레지던트 선생님도 피식, 나도 피식, 간호사도 피식.
모두가 어이없어했다.
오히려 일반 사람들은 기브스라는 말을 훨씬 많이 쓰는데...한글 용어도 아니고 영어를 써야지만 무조건 인정된다니.

황당하고 약간 열받은 교수님은 진단서에 캐스트라고 쓰고 괄호 열고 기브스, 석고붕대 라는 말을 모두 쓰라고 하셨다.

에휴.. 이런건 융통성의 문제도 아닌 듯한데..


#4.
정형외과 외래이다 보니 보험 혹은 군대 등의 문제로 오는 사람이 많다.
장애인 진단을 받고 싶다, 신검 등급에 영향이 있을 수 있냐는 질문이 하루종일 계속된다.

한 환자가 있었다.
왼팔을 크게 다친 모양인데 수술도 다 끝나고 이젠 거의 회복이 마무리되는 단계인 듯했다.
왼팔을 움직일 때 거의 정상에 가까워보였다.
통증도 거의 없는 상태.
수술 후 range of motion에 제약이 좀 있던 다른 환자들에 비하면 많이 좋은 상태였다.
교수님은 환자 상태를 보더니 매우 흡족해하셨다.
진료를 마치고 다음 환자를 부르려는데 환자 보호자(어머니)가 교수님께 물었다.
'혹시 얘가 장애인 등급을 받을 수 있나요?'
교수님은 운동도 거의 정상이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시면서 국가에서 지정하는 장애 등급은 받을 수 없다고 하셨다.
대신 보험회사에 제출할 장애 진단서는 끊어 주실 수 있다고 하면서.
하지만 보호자는 계속 국가에서 정해주는 장애 등급을 받기를 원했다.
교수님은 계속 환자는 가장 낮은 단계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시고.
결국 교수님이 이겨서 환자와 보호자는 나갔다.

다른 환자를 보고 있는데 간호사가 들어왔다.
그 보호자가 장애 등급을 정하는 기준이 보고 싶다고 하셨단다.
교수님 曰, '관련 페이지 뿐만 아니라 다 읽어보시라고 해. 해당 사항이 있는지..'
한참 뒤 기준을 적어놓은 책이 들어왔고 보호자는 본인의 자식을 장애인으로 등록할 만한 기준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자식을 장애인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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