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브래디 미카코

반응형

평이 좋아서 읽었는데 내용이 참 좋았다.

1.
무엇보다도 이러저러하게 우리는 해야한다! 라고 주장하는 게 아닌,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주어서 읽을 때 부담이 적었다.

2.
정체성 문제.
개인에게는 수많은 정채성이 있다. 성별, 직업, 나이, 가족관계, 재산 등등. 거기에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한 영역이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본인 혹은 타인의 정체성을 한 두 가지로 정해버리는 성향이 있다.
타인에게 여러 정체성을 부여하게 되면 타인을 이해하는 게 어려워서일까?
최근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은 여기서 근본 원인이 있다.
나, 너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인데 한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서 우리와 너희로 나누어서 패싸움을 하는 것이다.

3. 이게 대한민국 얘기인가, 영국 얘기인가?
읽으면서 몇몇 장면들을 빼고는 우리나라 얘기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역시 사람 사는 곳들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주요 구문들을 모아봤다.

 

아들이 태어나면서 나도 변했다. "아이 같은 건 질색이야. 아이들이란 미숙한 데다 배려도 모르는 짐승이나 마찬가지야."라고 말했던 주제에, 이 세상에 아이만큼 재미있는 존재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보육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인생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동네 중학교의 교사들은 모두 교실 가운데에 서서 계속 말을 걸었다. 이런 게 가만히 있어도 학생이 몰리는 엘리트 학교와 노력하지 않으면 학생이 오지 않는 학교의 차이인가 싶었다.

음악이든 춤이든,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할 수 있게 환경을 정비하고 마음껏 하도록 방침을 바꿨더니 웬일인지 성적도 올랐대.

딱히 영국이 배우를 대량으로 육성하려고 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언어를 활용한 자기표현능력, 창조성, 소통능력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과목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기준으로 폭탄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차브라는 단어를 회피한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의 근원은 현실적인 빈곤에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어렵고 귀찮지만, 무지를 없애기 때문에 좋은 거라고 엄마는 생각해.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구도 정체성이 하나뿐인 사람은 없어요.

분단이란, 여러 정체성 중 하나를 타인에게 덮어씌운 다음 그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정체성을 골라 자신에게 둘렀을 때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애초에 법은 올바르다는 전제가 틀렸다고 생각해. 법은 세상이 잘 돌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서 반드시 올바르지는 않아. 하지만 나중에 또 법을 어기면 힘들어지니까, 그래서 팀한테 더 무거운 벌을 준 거 아닐까?

어느 차별이 나쁘다고 하기 전에 사람을 상처 입히는 건 뭐든 좋지 않다고 했어. 그래서 두 사람을 평등하게 혼낸 거 아닐까.

심퍼시가 감정적 상태라면, 엠퍼시는 지적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부모의 소득 격차가 그대로 아이의 운동능력 격차로 이어져버리는 것이다.
-> 수영 대회에서 사립학교 아이들의 성적이 훨씬 우수하든 내용에 덧붙여서.

공립학교의 아이는 사립학교의 아이에게 좀처럼 이길 수 없는 현실, 공립학교의 선수가 통조림에 든 정어리처럼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황. 잭은 그런 것들을 있는 힘껏 웃어넘기려는 것 같았다. 풀 사이드 이쪽의 10대들도 모두 수영장이 떠나가라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오늘날 빈곤한 지역에 있는 중학교의 교사들은 온갖 일을 하고 있다. 이나라의 긴축 정책은 교사들을 사회복지사로 만들어버렸다.

단정하지 말고 이런저런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대. 시티즌십 에듀케이션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어. 그게 엠퍼시로 향하는 첫발이라고.

그는 민족성이 아닌 재주성在住性에 새로운 내셔널리즘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었다.

가르치치 않으면 아무런 풍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교육은 일부러 풍파를 일으켜서라도 소수의 당사자들을 보호하려 한다. 그리고 풍파가 일어난 일상을 체험하는 것 역시 온갖 문화와 관습이 공존하는 나라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훈련의 일환일 것이다.
-> 여성 할례에 대한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나라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에게는 각양각색의 문화와 사고방식이 있으며, 각양각색으로 분노를 표현한다. 오랫동안 배워온 사실임에도 자칫하면 지뢰를 터뜨린다.

유아란 선禪의 마음가짐을 지닌 아나키스트다. 하지만 성장할수록 아이들도 사회에 이런저런 틀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토록 자유로운, 이 세상 모든 것에 얽매이지 않는 명랑한 존재였건만, 더 이상은 그럴 수 없게 된다.

남녀의 불평등성을 내포한 채 이뤄지는 이성결혼과 달리, 동성결혼에는 가부장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관계성이 있다.

안전기지를 갖지 못한 채 성장한 사람은 어떡해야 자신이 안전기지가 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육아를 힘겨워한다.

저런 아이(->주변 사람들에게 반항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에게 마음 쓴느 어른이 있는가 하면, 신경 쓰지 않는 어른이나 아예 쳐다보지 않는 어른도 있다.

"교도소에 있는 아빠가 보여."라고 말하던 리애나. "그럼 리애나의 보물은 아빠야?"라고 내가 묻자 리애나는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한테 심한 말을 들은 흑인 아이나 언덕 위 공영단지에 산느 아이들은 다니엘을 괴롭히는 데 끼지 않았어. 괴롭히는 건 전부 아무 말도 듣지 않았고 아무 일도 당하지 않는 관계없는 애들이야. 그게 제일 기분 나빠."

"나는 인간이 타인을 괴롭히길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벌주는 걸 좋아하는거야."

"회장이 늘 나를 챙겨주는 건 고맙지만, 나는 별로 스스로를 '오리엔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잘 모르겠어."ㅋ
그런 거였나. 이 아이는 소속 의식의 문제, 즉 자신의 정체성 문제와 직면하여 사춘기의 지혜열을 앓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가이진'이라고 하고, 여기서는 '칭크'라고 부르니까,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거야. 그래서 나에게도 아딘가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이 없어."

"그때는 앞으로 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불안했고, 인종차별 같은 일을 겪어서 좀 기분이 어두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
"이제는 블루가 아닌 거야?"
"지금은 어떤가 물어보면.... 그린."

옐로에 화이트인 아이가 꼭 블루일 필요는 없다. 굳이 색깔로 말해야 한다면 그린이라는, 인종도 계급도 성적 지향도 관계없이 아들에게도 팀에게도 다니엘에게도 올리버에게도 다른 밴드 멤버들에게도 공통되는 아직 미숙한 10대의 색이 있을 뿐이다.

반응형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업의 철학 - 마이클 거버  (0) 2023.02.26
2023년 독서목록  (0) 2023.01.01
2022년 독서목록  (1) 2022.01.04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 스타니슬라스 드앤  (0) 2021.11.12
쌀, 재난, 국가 - 이철승  (0) 202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