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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7년~] 진료실에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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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진료보다가 드는 의문이다.

환자가 왔다.
환자 얘기를 듣고 진단을 해보니
내가 이 환자에게 해줄 것은 약처방밖에 없다.
조금 더 정확히는 이 환자는 약을 먹는 것이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
히지만 이 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매일매일 꾸준히 장기간 먹어야 한다.
약을 먹는다고 바로 병원에 오게 만든 증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환자는 약을 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상당한 노력이라 함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환자를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병의 기전에 대해 설명해야 하고
약을 먹었을 때의 이득,
그리고 약을 먹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좋은 의사라면 여기에 더해 약을 먹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할게다.
물론 환자가 약을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그 부작용은 최소화해서 말하겠지만.

그렇게 수 분간 환자에게 설명하고
한 달 치의 약을 처방했다.
(재진인 경우) 환자가 내는 돈은 3600원. (2022년 기준)
병원이 버는 돈은 1만원 남짓이다.

이런 경우 의사가 시간을 들여서
환자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환자가 너무 없다면야 그 1만원이 소중하겠지만
어느 정도 환자풀이 갖춰진 병원이라면?

나도 어릴 때에는 돈 안되는 환자 쫓아내는(?) 의사들을 비난했는데
일하면서 그들의 선택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저 대한민국 의료제도에 맞춰서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지금 일하는 병원의 대표원장님처럼
3600원만 내고 가는 환자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열심히 설명한다.
하지만 내가 계속
이 '합리적 선택'의 유혹을 참아낼 수 있을까?

아니면 먼훗날,
3600원 환자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었음을 깨달을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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