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이야기/유럽

첫 유럽 자유여행-프랑스 파리

반응형

유로라인을 타고 파리로 가는 길은 험했다. 좁은 좌석은 둘째치고 (나는 괜찮았지만) 서양인들의 암내에 정신을 못차렸다. 하지만 런던에서의 일정이 힘들었는지 우리는 이내 잠이 들었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어딘가에 오래 멈춰섰다. 사람들이 한바탕 내리고 여권도 가져갔다. 아마 영국-프랑스 국경이었나보다. 우리는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고 또한 무척 피곤했기에 그냥 잤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버스 기사가 제일 뒤로 와서(우리의 자리) 우리에게 여권을 돌려주었다. 여권 세 개를 들고 온 버스기사, 우리 셋을 한 번 쳐다보고 여권 사진을 빤히 보더니 그냥 세 개를 우리에게 다 주었다. 동양인 남자 세명을 구분할 수 없다는 얘기. 서로 달라도 너무도 다르게 생긴 세 명이었기에 황당했지만 우리도 서양인들을 잘 구별하지 못하니 패스. 우리는 여행으로 파리를 가는 것이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영국 출장 후 귀가 혹은 그 반대였던 것 같다. 우리 앞자리의 한 남자는 계속 누군가와 통화를 했는데 그 내용이 곧 집에 들어갈 것이었다.

 

버스가 멈췄다. 파리에 도착한 것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벌써 날이 조금 밝았다. 6월 유럽의 해는 무척이나 길었다. 우리가 내린 곳은 파리 동부의 한 지역이었다. 지하철 역이 가까웠다. 그 유명한(?) 파리 지하철을 탔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숙소가 아니었다. 체크인시간까지는 한참 남았기에.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트로가데로Trocadero였다. 아침 일찍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다 한 번 환승한 후 트로카데로에 내렸다. 따뜻한 아침 햇살과 함께 센느강, 그리고 에펠탑이 보였다. 그 당시 2006 독일 월드컵 시기였는데 우리가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프랑스의 경기 하나가 열렸다. 지하철 신문에 그 결과가 써 있었는데 죄다 불어라 알 수가 없었다. 대충 눈치로 프랑스가 이긴 느낌이었다. 불어가 잔뜩 써 있는 지하철 신문을 보며 정말 프랑스에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파리에서의 숙소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위치가 생생히 기억난다. Cambronne 역에서 내려 이렇게 걷고 저렇게 걸으면 나오는 호텔. 호텔로 가는 길에 있던 Ibis가 아주 인상깊었다. 그 때는 Ibis가 뭔지 전혀 몰랐기에 더욱. (지금도 잘 모르긴 한다.)

남자 세 명이 잘, 파리에서의 숙소는 매우 좋았다. 호텔 자체의 구조가 일반적인 호텔과는 달리 약간 주택을 개조한 느낌이었다. 큰 방 하나에 반 층 정도의 높낮이가 있고 큰 침대 하나와 작은 침대 하나가 있는 구조. 전형적인 호텔 구조와는 달랐기에 더욱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호텔 주소는 http://www.hotelwallace.com, 방 사진에 내가 머물던 방은 없는 듯하다. 그 사이 공사를 더 했을 수도.)

 

며칠간, ‘언제’ 무엇을 봤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무엇’을 봤는지만 기억난다.

사크레 쾨르(Sacre-Coeur) 성당부터 시작해보자. 지하철인지 버스인지를 타고 작은 광장에 내렸다. 내가 상상하던 전형적 파리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 아기자기한 물건을 파는 가게들. 그리고 좁은 골목길. 골목길을 따라 올라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전거가 생각난다. 같이 올라갔을까, 아니면 다 올라가서 봤을까. 어느 정도 오르니 어마어마한 건물이 보였다. 그 유명한,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 성당의 옆면부터 봤다. 성당 앞에서 본 광경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성당 앞 내리막 길이 있었다. 죽 내려가다 좌우로 갈라지면서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길. 내 친구 둘은 거기서 이상한 사람들에게 붙들려서 10유로짜리 팔찌를 샀더랬다.

개선문도 갔다. 개선문도 보고, 샹젤리제(Champs-Elysee) 거리도 봤다. 오벨리스크도 봤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튈르리 정원이다. 매우 더운 날이었다.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오벨리스크. 튈르리 정원을 지나면 루브르(Louvre) 박물관이 나온다. 내가 갔던 날은 다행히 사람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줄을 서서 표를 사고 피라미드 모양 구조물 아래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는 루브르 박물관 구경. 정말 봐도봐도 끝이 없었다.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버릴 만한 작품이 거의 없었다. 문화, 예술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수시간 동안 계속 걸었음에도 루브르의 발끝 정도만 보았다. 나중에 3박 4일 날잡고 루브르만 보고 싶을 정도로.

아무래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마들렌(Madelene) 성당이었다. 내가 여태껏 가본 성당 중 가장 성스러운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내가 내쉬는 숨소리조차 불경을 저지르는 느낌이었다. 이런 성당에서 미사 한 번 드리면 어떤 기분이 들지.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에도 갔다. 모든 작품을 순식간에 봤다. 기차역을 개조했다는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에 비하면 이 정도 규모의 미술관이 훨씬 부담이 적다.

뭐하는 곳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름이 기억에 남는, 앵발리드(Invalides)와 Ecole Militaire. 그 앞을 참 많이 걸어다녔다. 뤽상부르 정원(Jardin du Luxembourg), 노트르담성당도.

 

파리에서 니스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야간 열차를 예매해야 했기에 몽파르나스 역으로 갔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몽파르나스 역의 환승 통로가 무지하게 길었다는 것이다. 서울의 동대문운동장이나 종로3가의 환승이 길다고 하지만 몽파르나스를 따라가기엔 아직 멀었다. 기나긴 환승을 지나 몽파르나스 역에서 티켓 창구로 갔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직원은 우리가 원하는 원하는 날짜의 야간열차가 매진되었다는 비보를 전했다.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파리 지하철에는 정말 과거와 현재가 공존했다.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노선과 20세기 끝물에 만들어진 14호선은 과연 이것이 같은 도시의 지하철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14호선은 세련됨이 넘쳤다면 평소 타고다니던 지하철은 완전 수동으로 문을 열어야 하는 느낌 차이랄까.

 

3일인지 4일간의 여행 도중 친구 하나가 위장병을 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Traveller’s diarrhea가 아닐까 싶다. 배 아픈 친구와 함께 파리를 떠나 투르Tours로 향했다.

반응형

'여행이야기 >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말라가에서의 첫날밤  (0) 2013.06.24
[1] 스페인으로  (0) 2013.06.24
첫 유럽 자유여행 -영국 런던  (0) 2013.04.01
스페인 여행 준비 (1)  (0) 2013.04.01
독일에서 있었던 Pfand 관련 에피소드  (0) 201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