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회진료를 다녀왔다. 3군데 마을회관을 방문하였는데 모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왜이리 사람이 없냐고 물으니 땅콩 따느라 다들 바쁘다고 했다. 여름의 땡볕이 어느정도 지나갔으니 여태 못했던 농사일하느라 다들 바쁜가 보다.
지방은 대부분 그러겠지만 내가 보는 대부분의 주민은 다 70대 이상이다. 80대도 꽤나 많고 90세가 넘는 분들도 간혹 본다. 일흔 넘은 분들이 이 더운 낮에 고추, 땅콩밭에서 농사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를 보기 직전에도 농사일을 하다 왔다는 한 할머니는 마을회관에 들어오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무릎이 안 좋으니 계단을 오르기가 힘들고 허리가 안 좋으니 구부정하게 걷는다. 이런 상태로도 나가서 밭일하는 것이다. 왜일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돈이다. 당장 오늘 내일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그를 위해 농사를 짓는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아픈 곳이 많아지기에 의료비도 많이 든다. 병원비 내려면 돈을 벌어놔야 하기에 일을 할게다.
나만 나이들고 일하는 분들이 안타까워하지는 않았나보다. 많은 정치인들이 노인연금 얘기를 했고 실제로 현재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는 노령연금제도가 시행중이다.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월 10~20만원씩 준다.
하지만 월 10~20만원 가지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시골에서 자기 집에 살면서 밥 다 해먹어도 부족하다. 도시에서는 월세조차 내기 버거운 금액이다. 결국 이 돈을 받는 노인들이라고 해도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액수를 올리자니 엄청난 예산이 든다. 취직도 안되고 돈벌기 힘들어하는 청년층의 불만도 커진다. '적절한 금액'을 정하는 것도 어렵다. 여러 문제들이 많기에 겨우 10~20만원이 정해진 것일게다.
몇 주 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내게 진료본 적이 있는 노인 한 분이 자살했는데 그가 갖고 있던 질환에 대해 문의했다. 차트를 봤다. 내 기억 속 그 분은 진료보는 내내 '돈없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그 분이 왜 스스로 삶을 마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난이 역할을 했을거라 짐작한다.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면 나이 먹고 힘들게 일하고 돈없어 목숨끊는 노인들이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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