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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0년] 본3 실습

분만 볼 기회를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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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하루종일 분만실에서 잉여짓하면서 보냈다. 구석에 있는 컴퓨터 앞에서 주변에서 들리는 산모들의 고통스런 비명소리를 배경음으로 깔고 위키 quote에서 House 대사나 보면서 6시간을 보냈다.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싶어도 했다간 눈치보일 것 같은 분위기라(그렇다고 산부인과 공부는 하기가 싫고;;) 그냥 컴퓨터만 죽어라 했다. 가끔 심심하면 파일로 된 Williams나 읽고..

5시에 conference가 있었는데 3시 반 쯤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은 산모가 있었다. 계속 소리지르시는 게 분만이 임박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정말 신호인지는 모르겠다. 산부인과는 문외한이라-_-) 아- 오늘 드디어 분만을 보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만실에서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에 그냥 멍때리면서 기다렸다. 그러던 중 4시쯤 하루종일 말 한 마디 걸지 않으시던 레지던트 선생님이 내게 말을 하셨다.

R: 선생님, 오늘 분만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김영한 선생님 환자분이... 가족분만이라...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오후에 강의 있지 않아요?
: 네, 5시에 있습니다.
R: 아마 분만해도 못 볼 것 같으니 때되면 알아서 가세요.
: 네ㅠ


가족분만이라 학생은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 정말 가끔 하나씩 있는 분만이라는데 가족분만이라 못 보다니... 그래도 혹시 교수님의 넓은 아량으로 슬쩍 볼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분만을 바로 당장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오히려 교수님은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어떤 레지던트 선생님을 내가 들은 것만 30분을 혼냈다. 한쪽에서는 산모가 소리지르고 있고 한쪽에서는 교수님이 소리지르고 있고. 학생이 있어서는 안될 분위기 같아서 4시 45분쯤 포기하고 나왔다.


결국 분만실 이틀 중 첫 날은 그냥 공허하게 보내고 말았다. 하필이면 또 분만실 청소하는 날이라 하루종일 간호사 선생님들이나 레지던트 선생님들 모두 정신없어서 나도 덩달아 정신없이 보냈다. 강남에서는 분만이 더 없다는데 과연 내일은 분만 보기에 성공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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