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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7년~] 진료실에서

혈압 측정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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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 [의사이야기/[2017년~] 전문의] - 좌식생활과 혈압측정

위 포스팅과 연결되는 얘기다. 바닥에 앉아서 혈압을 재는 것과 의자에 앉아서 혈압을 재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에게 마을회관에 의자와 책상을 구비해달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바닥에 앉아서 혈압을 재는 것과 의자에 앉아서 혈압을 재는 것이 정말 차이가 나는 것인지에 대한 케이스를 많이 구할 수는 없었다. 일단 바닥에 앉아서 혈압을 쟀을 때 혈압이 높은 사람이 많지 않다. 그리고 혈압이 높게 나오더라도 본인이 혈압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측정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부분 혈압이 높게 나오면 '병원에서 잴 때는 정상이랬는데'라고 하면서 그냥 뒤로 물러나기에.


그러다 최근 바닥에 앉아있을 때와 의자에 앉아있을 때의 혈압을 측정한 케이스들이 있어서 기록한다. (아래 케이스들의 나이대는 부정확함.) 혈압 측정에 사용한 혈압계는 AND UA-767JP 혈압계이다.


1)

60대 남성. 바닥에 앉아서 혈압을 쟀을 때 160/80 정도 나왔다. 본인이 수축기 혈압 160이 나온 것을 인정할 수 없다 하여 의자에 앉아서 다시 재자고 했다. 마을회관에 의자는 하나 있었고(접이식) 책상은 없었다. 일단 의자에 앉아있게 한 후 10분 정도 있다 김치냉장고(-_-)에 팔을 올리고 혈압을 쟀다. 팔의 높이는 심장보다 5cm 정도 위에서 측정하였고 측정 결과는 130/80 정도 나왔다. 이전 혈압 측정에서 대부분 정상 혈압이었던 분이었다.


2)

70대 여성. 바닥에 앉아서 혈압을 쟀을 때 180/100이 나왔다. 재측정 의사가 있어서 의자에 앉히고 20분 정도 쉰 후 책상에 팔을 올리고 혈압을 쟀다. 팔 높이는 적당한 정도. 재측정 혈압은 190/100이었다. 이전에도 180/100이 수차례 나왔던 분으로 보건지소에 내원하여 혈압을 재측정할 것을 권했다. 익일 보건지소에 내원하여 동일한 혈압계로 측정했는데 140/80이 나왔다. 이전 혈압 기록에도 180/100과 140/80이 여러번 나왔던 분이었다.



1번 케이스는 바닥에 앉았을 때와 의자에 앉았을 때 측정한 혈압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가설에 맞지만 2번 케이스는 전혀 맞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서 측정했음에도 190/100이 나왔는데 익일 재측정하였을 때 140/80이 나왔다는 것은 마을회관 혹은 지소에서 측정한 혈압 중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어렵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내가 세웠던 가설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환자에게는 어떻게 안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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