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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7년~] 진료실에서

발사르탄 사태, 과연 싸구려 약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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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일부 중국산 원료를 쓴 발사르탄 제제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 이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불안해했다. 고혈압 약이 매일 먹어야 하고 오래 먹어야 하기에 본인이 오랫동안 먹었던 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었을까봐 걱정되는 것이다.


나도 해당 기사를 보자마자 내가 쓰고 있는 발사르탄 제제가 목록에 있는지 확인해봤다. 다행히 없었다. 사실 난 내가 쓰는 약이 어느 제약회사 것인지도 모르고 썼다. 그냥 거의 대부분 전임자가 쓰던 약을 그대로 썼기에.


출처: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7909


의협은 이것을 복제약에 너무 높은 약값을 쳐주는 정부의 잘못이라고 했다. 물론 복제약의 가격이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되어 그를 비슷하게 따라하는 제품은 연구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한참 낮은 가격이 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지 않다. 이것이 문제는 맞다. 그러나 과연 이번 일이 '복제약의 가격을 너무 비싸게 해서' 생긴 일일까?


약값을 찾아보러 가보자. 

약 정보는 약학정보원 홈페이지(http://www.health.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약품 검색 탭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발사르탄(valsartan)을 찾아보았다. 여러 복합제제를 다 찾아보기는 번거로우니 valsartan 160mg 단일 제제만 비교해보겠다.

valsartan으로 검색 후 valsartan 160mg 아무 약이나 들어가 동일성분의약품 탭을 클릭한다. 그러면 valsartan 160mg 약의 목록이 쭉 나온다. 

이 중 가장 오른쪽에 '대조약'이라고 써 있는 제품이 오리지널이다. 항상 대조약이 오리지널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러하다. 

노바티스에서 만든 디오반이 valsartan 160mg의 오리지널이고 약값은 한 알에 957원이다. 그리고 이 약을 제외한 약들은 모두 복제약으로 약값이 다양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보인다. 오리지널보다 비싼 복제약들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약들 중에서 valsartan 160mg 제제를 추려보았다. 그리고 그 제품들의 가격도 찾아보았다.


총 9개 제품이 최종 판매중지되었다. 그런데 이들 중 2개 제품만 오리지널 약값 957원보다 싸고 나머지 7개 제품은 오리지널보다 비싸다.


이 약들의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약이 안 없어지고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어디선가 누군가는 이 약을 처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효과에 훨씬 저렴한 약이 있어서 그 약을 처방했다면 그 의사의 판단은 이해가 된다.


제일 저렴한 제품은 한 알에 427원으로 오리지널보다 530원이 싸다. 하루에 530원이면 한 달이면 15000원이다. 이게 1년이면 18만원. 18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기에 환자의 부담을 생각해서 저가약을 처방했다면 이해가 된다. (정부의 저가약 인센티브도 한 몫 할테다.) 그런데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싼 약을 처방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약값은 정부에서 어느 정도 정한다. 복제약을 비싸게 팔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복제약이 아무리 비싸게 나온들 의사들이 처방하지 않으면 환자들은 그 약을 먹을 수가 없다. 각종 의사단체들은 이번 일에서 의사의 책임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하고 있지 않다. 제약회사와 정부 탓만 하고 있다. 이번 일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약사단체는 이를 성분명 처방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비난의 화살을 잘못된 방향으로 쏘다가는 엉뚱한 변을 당할 수도 있다. 때로는 동료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꿀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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