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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7년~] 진료실에서

꼭 공부잘하는 사람만 의대에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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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선까 네덜란드 의대 선발 과정에 대해 들었고 그것에 대해 찾아보면서 그 생각이 좀 바뀌었다.

네덜란드 대학은 몇몇과(의대 포함)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과 학부를 지원만 하면 선발된단다. 의대같은 인기 과는 워낙 몰리기 때문에 특별한 선발 방법을 사용한다.

의대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시험 성적을 몇 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서 각 등급별로 합격자 수를 배정한다. 당연히 높은 등급에 합격자 수가 훨씬 많고 낮은 등급에 가면 합격자 수가 급감한다. 여기서 같은 등급 내 합격은 성적순이 아니라 추첨이다. 내가 시험 100점을 맞아도 의대에 못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예를 들면 60점)만 되면 의대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조건들이 몇 가지 있다. 의대에 무한으로 지원할 것에 대비하여 3수가 최대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중고등학교가 일종의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고 한 번 어느 등급 학교에 배정이 되면 상위 등급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고등학교 졸업 시험은 상위 등급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다. (이 내용은 틀릴 가능성이 있음)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이 상당히 불합리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단 한번의 시험으로 순위를 매겨 선발하는 것 자체가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내 수능 점수보다 1~2점 낮은 사람이 나보다 꼭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어느 정도 수준의 사람들이라면 (=같은 등급) 그 안에서 실력 차이는 거의 없다. 따라서 누군가 운으로 1,2 문제 더 맞고 틀리고 해서 대입 합격을 결정하는 것이나 추첨을 해서 선발하는 것이나 운이 작용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동시에 최상위권에서만 의대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중위권이나 중상위권에서도 의대생을 선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의학 공부가 어렵고 양이 어마어마하기는 하지만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다고 꼭 의학 공부를 잘한다는 법은 없다. 의사가 되고 나서 수능 성적대로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당장 내 동료 의사, 선후배 의사의 수능 성적에 대해 궁금해본 적이 있나?


이 제도는 네덜란드만 이용하는 듯하고 네덜란드 역시 이 제도에 대한 찬반이 있다. 네덜란드의 추첨제를 대한민국에 도입하자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무조건 성적 좋은 사람만 의대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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