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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지리의 힘 - 팀 마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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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마이어의 문명'이라는 게임이 있다. 태초부터 한 문명을 이끌어서 세계 최고의 문명으로 이끄는 것이 게임의 목표이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첫 도시의 위치를 잘 정하는 것이다. 주변에 자원은 풍부한지, 적을 막을 수 있는 요충지가 있는지 등을 잘 파악해서 최적의 장소에 첫 도시를 정해야 한다. 만약 자원은 풍부하지만 적을 막을 수 없는 요충지가 없다면 부유해지기는 하겠지만 주변의 강국들의 먹이감이 될 것이다. 반대로 적을 막을 수 있는 요충지는 많지만 자원이 없다면 이 가난한 나라를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이는 비단 게임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리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다. 이 책은 세계 주요 지역들의 지리를 설명하면서 그것이 그 지역 국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한다.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이 책을 읽다보면 세계 각국이 어떻게 흥하거나 망했고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부국을 만들어가려 하는지 알게 된다.


저자가 첫 지역으로 소개한 곳은 중국이다. 요즘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중국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강대국으로 손꼽힌다. 중국의 힘이 강해지면서 중국은 자국 주변의 영유권 주장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중 남중국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남중국해의 암초 하나 하나를 중국 영토라 주장하며 주변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왜 주변국과의 사이가 나빠지면서까지 남중국해에 신경을 쓸까? 그 이유는 이곳이 중국 해군이 대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구역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만약 미 해군의 함정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면 중국은 크게 힘쓰기 어려워지고 특히 유사시 중동으로부터 들여오는 석유 공급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은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지역의 독립 운동을 철저히 억제하고 있다. 이 지역은 산악지대 또는 사막으로 인도와 인접국과의 완충지대를 해주고 신장 지역에는 다량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기에 중국은 이 지역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미국이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축복받은 땅을 가진 국가이다. 물론 이것이 그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미국은 서부로 눈을 돌렸고 당시 미시시피 강 하류부터 중부까지 지배하고 있던 프랑스가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거금을 주고 이 지역(루이지애나)을 구입했다. 미국은 문제없이 서부로 뻗어나갈 수 있었고 동시에 세계 최고의 내륙 수로(미시시피 강)를 얻었다. 미시시피 강은 산악지대를 거의 거치지 않고 완만하게 흐르기 때문에 선박 운송에 최적화되어 있다. 덕분에 미국은 중부 지역의 다양한 물자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운반할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 이후에는 스페인 점령지와의 갈등이 생겼다. 1821년 멕시코는 독립했고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미국은 텍사스에 영향력을 늘려갔고 1845년 텍사스는 멕시코로부터 분리해나와 미국에 귀속되었다.  이후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미국은 승리하였고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유타, 애리조나 등의 지역을 얻고 현재 멕시코와의 국경선을 완성하였다. 

플로리다를 확보하면서 카리브해의 주인이 된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뻗어나간다. 하와이, 괌 등을 얻고 난 이후 미국은 2차례의 세계 대전을 계기로 전세계 제1의 강국이 된다.


유럽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복받은 지역이다. 곳곳에 산맥과 큰 하천이 있어 하나의 인종 및 국가로 통합되기는 어렵지만 수많은 하천과 평야, 그리고 온화한 기후로 인류가 발전하기에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연 조건 때문에 유럽은 지난 천여년 간 수없은 전쟁을 겪었고 동시에 엄청나게 발전했다. 2번의 세계대전으로 위기 의식을 느낀 유럽은 유럽 연합을 만들면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 내 각 국가들 간의 경제력 차이, 이민자 문제 등이 겹치면서 유럽은 분열의 위기에 놓여있다. 유럽이 지난 수십년 간 노력해 얻어낸 통합의 시대를 언제까지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러시아는 유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다. 폴란드부터 우랄산맥까지 광할한 평야가 펼쳐져있지만 유럽의 군대가 모스크바까지 침공하기에는 너무 멀다. 덕분에 유럽은 러시아를 침공해서 성공한 적이 없다. 동쪽 국경은 시베리아의 강추위가 막아준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축복받은 러시아지만 동시에 대부분의 영토가 추운 곳에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항상 부동항에 목말랐다. 소련은 아프간 침공을 통해 인도양 쪽의 부동항을 얻으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기존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던 국가들 중 많은 수가 미국의 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침공을 통해 섣불리 러시아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 또한 유럽의 가스 공급을 러시아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 역시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만 한다.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닌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치는 역대 러시아 지도자들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과연 푸틴의 선택을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남아메리카는 북아메리카에 비해 자연 조건이 열악하다. 미국은 서쪽과 동쪽에 큰 산맥이 있지만 그 사이에 광활한 평원이 있다. 그러나 남아메리카에는 산과 밀림이 대부분이다.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미국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남미의 가장 큰 나라인 브라질은 대부분의 땅이 아마존 밀림이고 아닌 지역도 대규모 경작 및 운송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거대한 대륙이다. 동시에 가장 가난한 대륙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부분 나라의 국경은 유럽인들이 식민지를 세우면서 임의로 그은 선들이다. 그렇기에 한 국가에 다양한 문화를 가진 부족이 섞여 있고 같은 부족이 다른 국가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이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리고 발전하기 어려운 원인이 된다. 아프리카에는 지하자원이 아주 많기에 많은 강대국들이 눈독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아프리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사막과 열대우림을 포함한 다양한 지리적 환경은 아프리카의 발전에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발달된 기술은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 아프리카 대륙은 앞으로 가장 발전할 대륙이 될 수도 있다.


중동은 분쟁이 가장 격한 지역이다. 중동 국가들의 국경선 역시 유럽인들이 그어놓은 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천 년 이상 다투는 수니파와 시아파가 같은 국가에 소속되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라크, 이란 갈등은 물론 시리아, 레바논도 내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터키 역시 쿠르드족과의 갈등이 계속 되고 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은 수십년 째 현재 진행형이다. 석유 때문에 중동에 큰 관심을 갖던 미국은 셰일 가스 개발 이후 중동에서 슬슬 손을 떼고 있다. 앞으로 중동이 안정될 때까지는 많은 피가 흐를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형성은 급작스러웠다. 1947년 영국이 갑자기 인도아대륙에서 손을 떼면서 이슬람을 믿는 사람은 파키스탄(+현재 방글라데시)로 이동해야 했고 힌두교를 믿는 사람은 인도로 이동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이 벌어졌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경 분쟁, 핵무기 대결 등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국가간 갈등만이 문제가 아니다. 파키스탄은 여러 민족들이 같은 국가 내에 묶이면서 국가 내에서도 갈등이 많이 벌어진다. 인도는 파키스탄 외에 중국과도 국경 분쟁을 겪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에너지 자원에 관심을 보이면서 파키스탄에 많은 투자를 하고 동시에 인도에는 영토 압박을 주고 있다. 앞으로 남아시아의 맹주 역할을 할 인도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현대가 되기 전까지 지리는 국가의 흥망성쇠에 아주 큰 역할을 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리적 한계를 조금씩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리는 국가 발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바로 옆 나라만 신경쓰면 되었다면 교통의 발전으로 멀리 있는 큰 나라까지 신경쓰게 되었다. 지도를 펴고 신문의 세계 면을 본다면 더욱 세계 정세를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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