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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7년~] 진료실에서

간호사 인력난 개선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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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때 파견나갔던 병원에서 회식을 했다. 인턴 때라 병동 간호사와 얘기할 기회가 없다가 회식 자리에서 간호사들과 얘기할 기회가 생겼다. 그 때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3~4년차가 되면 병동에서 최고참급이랬다. 신입이 들어오면 대부분 1~2년 내에 그만두기 때문이다. 그것을 버티고 남은 사람은 극소수였다. 즉 환자를 직접 만나는 대다수의 병동 간호사가 경력 1년 내외의 초짜들이라는 것이었다.

인턴 때 본 병동 간호사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했다. 월급은 많지 않고 일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주로 일하던 대학병원 간호사들도 힘들어했지만 그보다 업무는 더 많고 월급은 훨씬 적었다. 간호사 면허를 땄으니 일단 일은 해보는데 하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1~2년 내에 그만두는 것이었다. 미래에 월급이 크게 늘거나 일이 편해지는 희망이라도 있다면 버텼을텐데 그런 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같아도 그만 두었을 것 같다.


인턴을 한지 거의 10년이 다 되었다. 우리나라 간호사 현실은 여전하다. 차이점은 공론화가 조금 더 되었다는 것 뿐이다.

공론화가 되어도 답답한 것은 여전하다. 모두가 원인을 알고 있다.

1) 업무량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병원의 간호사들은 6인실 병실 2개의 환자 12명을 중증도에 상관없이 모두 전담해서 간호하는 것이 보통.

캘리포니아주 내에 위치한 병원의 환자 대 간호사 비율은 ▲중환자실 2 대 1 ▲step down(중환자실과 병실의 중간부서) 3 대 1 ▲ telimetry(심박동모니터를 하는 부서) 4 대 1 ▲일반병동 5 대 1 등이다.

출처: [커버스토리] 미국에선 간호사 2교대 보편화, 우리도?

2) 병동 간호사는 3교대이기 때문에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A씨는 “3교대의 경우 보통 나이트 오프를 포함해 (한 주에) 오프가 8개나 되지만 주로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나이트-오프-이브닝으로 근무하는 스케쥴에서 오프는 사실상 잠만 자고 일어나는 것이다. 때문에 오프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오프라고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기획]워라벨 보장되는 2교대, 간호사 구인난 해법될까?


해결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5조 3교대, 4조 3교대 + 야간고정근무제, 3조 2교대 등등. 그 중 나는 2교대 근무가 가장 좋아보인다. 2교대는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는 것이다.

2년 전 삼성서울병원이 2교대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당시 (중략) 4일 근무 후 4일 오프로 이틀간 데이 근무(오전 7시에서 오후 7시)를 한 후 이틀 간 나이트 근무 후 4일간 오프가 주어지는 시스템이었다.

출처: [기획]워라벨 보장되는 2교대, 간호사 구인난 해법될까?

'일할 때는 빡세게, 쉴 때는 확실히'하는 것이다. 하루의 근무 시간은 길지만 그만큼 연속으로 쉬는 기간도 늘어나서 개인 취미 활동이나 자기 계발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이미 많은 간호사들이 2교대 근무를 원하고 있다.

C간호부장은 “수당보상을 통한 야간전담간호사에게 나이트 근무를 맡기고 12시간 2교대 근무가 궁극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D의료원 산하 대학병원의 E간호부장은 “2교대 야간전담간호사 이외에도 시간제 파트타임 간호사 등 근무형태의 다양화가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분당서울대병원, 고령간호사 야간교대근무 제외 검토

그런데도 많은 병원들이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간호사회 김명애 회장은 (중략) 미국보다 간호사들의 노동강도가 세다는 점과 낮은 수가로 인해 병원이 간호인력 증원을 꺼리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또 다른 차이는 인계시간이 길어 시간외 근무가 많다는 점도 있다.

간호협회 백찬기 홍보팀장도 우리나라 병원의 간호근무 상황에서 미국과 같은 2교대제 근무를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국내 병원 환경에서 2교대 근무를 시행하면 경영진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인계시간까지 합하면 현재도 8시간 근무가 아니라 10시간 근무인데, 1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거의 14시간을 일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커버스토리] 미국에선 간호사 2교대 보편화, 우리도?

인천사랑병원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2교대를 도입했는데 도입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다들 2교대가 처음이다보니 익숙하지 않았고 불만사항도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전 부서에서 2교대를 도입하게 되었고 이후 만족도가 점점 올랐다.

2교대 근무에 대한 간호사들의 만족도는 지난해 79%였으며, 올해는 92.6%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올해 신입간호사들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근무 연속성으로 환자 및 보호자와의 친밀감이 높아졌고, 중복업무 감소로 직접간호시간이 늘었다. 간호사들은 원하는 오프를 받기 쉬워지면서 만족도가 높아졌다.

출처: 간호사 이직률 줄이기 …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


결국 열쇠는 병원이 쥐고 있다. 병원 운영진이 간호사들과 협의하여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면서 이직률을 줄일 수 있다. 인천사랑병원이라고 더 높은 수가를 받거나 다른 곳에서 인건비 저렴한 간호사를 수급한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 수가 얘기만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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