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

일본인 이야기 1 - 김시덕

반응형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임진왜란 이전에 일본에 카톨릭 신자가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임진왜란의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카톨릭 신자라는 말은 어디선가 들은 듯하다. 하지만 규슈 지역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 카톨릭 신자들이 있었고 심지어 중앙 정부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 그 주변인들까지도 카톨릭으로 개종했다고 하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아마 저자도 비슷한 점에서 큰 영감을 받고 이 책을 쓰기 시작한 듯하다.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종교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갈등은 민족 갈등만큼이나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예전에도 종교가 국가 내, 국가 간의 갈등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불교로 대동단결한 것 같던 16세기 동아시아에서 카톨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파헤쳐가고 있다.

유럽 세력(스페인, 포르투갈)은 종교를 무기로 일본을 점령하고자 했다. 그리고 일본은 유럽의 종교를 허용하는 대신 그들과의 교역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유럽의 신문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일본의 이런 태도는 전국시대를 종료시키고 일본을 통일(?)시키는 데 역할을 했고 또한 임진왜란까지 이어졌다. 단순히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고 세계 정복을 위해 조선을 침략했다는 것보다는 어떤 것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본 통일에 도움을 주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일본을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계속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일본만 봐서는 16세기, 17세기 일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일본어 자료는 승자에 의해 많이 각색되고 윤색되었다. 어느 나라나 그럴 것이다. 여기서 다행인 점은 16세기, 17세기 당시 일본을 기록한 외부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일본에 선교하러 와 있던 선교사들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시선으로 일본을 바라보았고 그것을 자신들의 언어로 기록했다. 이런 자료들을 모두 들여다 봐야 당시의 일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국, 동남아, 유럽의 사정을 알아야 한다.

언젠가부터 역사 공부에 대해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단순히 국사만 봐서는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스스로 모든 나라의 역사를 공부해서 역사의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누군가 이렇게 여러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고 여러 나라의 언어를 공부해서 큰 그림을 그려준다면 나는 그저 감사하며 읽을 뿐이다.

반응형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독서목록  (0) 2021.01.18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 정수일  (0) 2020.02.29
세습 중산층 사회 - 조귀동  (0) 2020.01.31
갈등도시 - 김시덕  (0) 2020.01.15
마법의 연금굴리기 - 김성일  (0) 202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