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받기 전에 마취 방법을 고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세 가지 중에서 고르죠.
전신마취, 부분마취, 수면마취.
이 중 가장 위험한 마취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수면마취 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죠?
왜 그런지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각 마취 방법의 특징에 대해 알아봅시다.
1) 전신마취
수면유도제를 이용하여 환자를 재운 후 기도확보를 한다.
전신마취 약 및 근이완제를 이용하여 수술 내내 환자가 의식이 없고 근육이 이완된 상태를 유지한다.
환자는 수술 중 의식이 없으며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2) 부분마취
마취약제를 이용하여 수술하는 부위의 통증을 느끼는 신경을 차단한다.
환자는 수술 중 의식이 있으며 수술 부위를 만지는 등의 감각은 있으나 통증은 느끼지 못한다.
3) 수면마취
수면유도제를 이용하여 환자를 재운 후 수술 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이용하여 마취를 한다.
이 세 방법 중 위험한 정도를 비교하면 수면마취>>부분마취=전신마취 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뉴스 기사 하나 보시죠.
수면 마취의 가장 큰 문제는 기도확보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기도확보란
혹여라도 사람의 자발 호흡이 소실(=혼자 스스로 숨을 쉬지 않는 경우)되었을 때 의료진이 인공적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상태
입니다.
기도확보의 가장 흔한 예는 기관 삽관입니다.
모두들 환자가 입에 기다란 튜브를 물고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죠?
이것이 바로 기관을 삽관해서 기도를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기도확보가 왜 중요할까요?
보통 활력징후(Vital sign)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체온, 호흡수.
이 중 어떤 것이라도 급격히 떨어지면 사람이 사망에 이르거나 주요 장기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혈압이 120/80으로 유지되지 않고 갑자기 70/30 정도로 떨어진다면 주요 장기에 혈액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아 큰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 활력 징후 중 혈압, 맥박은 정맥주사(흔히들 링거라고 얘기하는)를 달고 있으면 약을 이용해서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수술 중 혈압, 맥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정맥주사를 연결할 줄 아는 사람은 대단히 많기에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도 대부분 정맥주사를 연결할 줄 압니다.
문제는 산소포화도와 호흡수입니다.
산소포화도와 호흡수는 환자가 숨을 쉬지 않으면 바로 떨어집니다.
환자가 숨을 쉬지 않는 경우 옆에서 의료진이 바로 기도확보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기도확보는 할 줄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의사들 중에서도 '나는 웬만한 경우에서는 기도 확보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예를 들어 수술 중 활력 징후 하나에 문제가 생겼다고 합시다.
혈압, 맥박에 문제가 생기면 정맥주사를 확보해서 약물을 투여합니다.
이 정맥주사는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기에 정맥주사를 확보하지 못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산소포화도, 호흡수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얘기가 다릅니다.
기도확보를 해야 하는데 기도확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수술 중 옆에 기도확보를 할 줄 아는 사람(주로 마취과 의사)이 없다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제 왜 기도확보가 중요한지 이해가 되셨나요?
수면마취는 수면 유도제를 이용하여 환자를 재웁니다.
대부분의 경우 수면 유도제를 이용하여 잠을 자도 환자가 숨을 잘 쉽니다.
그러나 고용량으로 수면 유도제를 이용한 경우 의식 수준이 많이 떨어져서 숨을 쉬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면 내시경 하다가도 숨을 안 쉬어서 사고나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수면 내시경 혹은 수면 후 시행하는 시술 들이 많아져서 (마취과 아닌) 의사들도 수면 유도제의 농도를 잘 조절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시술 중 사고나는 경우가 정말 줄어들었죠.
하지만 여전히 장기간의 수술, 시술 중에는 사고가 납니다.
자다가 누군가 코를 막아서 숨을 못쉬게 한다면 잠에서 깨거나 뒤척여서 숨 쉴 수 있게 하겠죠?
하지만 수면 유도제를 오랫동안 맞으면서 자다보면 너무 깊게 자서 스스로 숨을 못 쉬는 상황이 생겨도 본인이 반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이 환자가 숨 못 쉬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기도확보를 할 줄 모른다면?
바로 사고로 이어집니다.
수술 중 과다 출혈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예방하기 어렵습니다.
수술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의사의 실수로 과다 출혈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것을 환자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취 방법은 환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신마취가 아니고 수면마취라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틀린 것입니다.
수술받을 때 수면마취를 선택한다면 주변에 마취과 의사가 있고 기도확보가 가능한 기구들이 준비되어있는지 꼭 확인한 후 수술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의사이야기 > [2017년~] 마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술할 때 흉부 엑스레이를 찍는 이유 (0) | 2021.11.24 |
---|---|
마취과 의사의 척추마취 받은 후기 (3) | 2021.08.26 |
전신마취 받기 전에 읽어보면 좋은 글 (0) | 2020.04.21 |
마취전문간호사와 마취과의사 (3) | 2019.10.31 |
AI 시대, 마취과 의사는 무사할까? (0) | 2017.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