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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7년~] 통증

진료할 때 이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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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진료를 본지 3년이 되었다.
3년 정도 일해보니 '이런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서비스들이 있다.
의료 사용자 입장은 많이 겪어보지 못했으니 모르겠고
의료 공급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

1. 환자의 병력


진료를 볼 때 가장 난감할 때가
환자의 과거력이다.

환자가 본인이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고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경우는 정말로 드물다.

최근에는 외상으로 인해 매일 소독을 받던 노인 환자가
초진본지 4일째에 갑자기 본인이 와파린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 전에 항생제, 소염제 등등을 처방했는데.....

그나마 이렇게 말하면 다행이다.

심장이 안 좋다고 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이게 부정맥인지 심부전인지,
아니면 판막 질환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병력 청취만으로 해당 질환을 감별할 수도 없기에
더더욱 난감하다.

특히 환자 본인이 지금 당장 불편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물으니
이걸 왜 묻나... 빨리 내가 온 이유부터 해결해줘...
하는 받는 경우가 많다.

전국의 거의 모든 병원 및 의원에서
전자차트를 사용하는 2022년에,
환자와의 문답만으로 환자의 과거력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2. 환자가 먹는 약


1번과 비슷한 맥락이다.
환자가 지금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거는 물어도 환자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항생제와 (진통)소염제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부터는
환자가 A약을 먹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거의 믿지 않게 되었다.

나는 진료 특성상 진통소염제를 정말 많이 처방한다.
분명 환자가 지금 먹는 약이 없다고 해서
진통소염제를 처방하면
DUR이 오늘 혹은 2~3일 전에
타병원에서 일주일치 진통소염제를 처방받았다고 알려준다.
환자한테 '며칠 전에 다른 병원에서 진통소염제를 받으셨는데요?'
라고 말하면
'저 감기약밖에 받은 거 없는데요?'
라는 대답이 오는 경우가 많다.
받은 감기약에 진통소염제가 포함되어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그나마 병원에서 처방받은 진통소염제는 DUR이 걸러주기라도 하지,
집에서 애드빌 같은 것을 추가로 먹었다면....

가끔씩은 먹는 약이 없다고 해서
진통소염제를 처방해보면
15일 전에 큰 병원에서 90일치를 처방받은 기록이 뜬다.
그래서 여쭤보면
그건 허리 아파서 먹는 약이라고 말씀하신다.
분명 약사는 진통소염제라고 말해줬을텐데....

DUR에서 환자가 먹는 약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런데 이건 정말 불편하다.
본인만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핸드폰 번호를 넣고
주민등록번호를 넣고
본인인증을 한 다음에 확인할 수 있다.

정말 필요한 경우에는 이렇게 하지만
바쁠 때, 귀찮을 때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환자한테 '핸드폰 줘보세요'라고 하는 것도 부담스럼다.

좀 편하게 환자가 먹는 약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3. 약 부작용


약 부작용도 참 어렵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 중에서는 본인이 먹고 문제 생긴 약의 이름을
정확히 알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도 여전히 '항생제 부작용'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게 정말 '항생제'에 부작용이 있는건지
아니면 '소염제'에 부작용이 있는건지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주로 소염제를 쓰고 항생제는 안 쓰니
항생제 부작용이 있다고 하면
소염제는 마음껏 쓰기는 한다.

여태껏 항생제 부작용 있다는 분들이
소염제 먹고 부작용 생긴 적은 없는 것 보면
정말로 항생제 부작용이었을까?

어떻게 하면 의사가 환자의 약 부작용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까?

4. 환자의 치료력


이건 조금 예민한 부분이다.

아주 가끔식 이곳 저곳 병원 쇼핑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의 특징이라면
'혹시 다른 데에서 치료해보셨어요?'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나는 주사치료를 많이 하는데
이런 분들은 나중에 치료해서 좋아지고 나서야
고백을 한다.
다른 데서 주사 맞아봤는데
좋아지지를 않아서 여기 와서 맞은 거라고.

환자가 이러저러한 질환에 대해
이러저러한 치료를 받았다.
는 내용도 제공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치료를 제공한 의사도,
치료를 받은 환자도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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