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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유럽

Null의 20일간의 독일 여행 - 3일차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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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7일

- 평소에는 12시에도 겨우 일어나다가도 여행만 오면 자연스레 일찍 잠에서 깬다. 집 떠난지 3일째, 역시나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J도 잠에서 일찍 깼다. 같은 방을 쓰던 사람들을 봤다. Justin은 이미 방을 떠나서 어딘가로 향했고 나머지는 쿨쿨 잘 자고 있었다. 씻고 나서 움밧에서 주는 아침을 먹었다. 길을 나서니 8시가 조금 넘었다.

- 가난한 학생의 여행은 언제나 힘들다. 이번에도 빠듯한 예산을 가지고 출발했기에 교통수단으로 건장한(?) 두 다리를 선택했다. 첫 목적지로는 Marienplatz 쪽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뮌헨 관광의 대표적인 곳이고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월요일 아침 뮌헨의 거리는 고독했다. 북적이는 서울에 있다 와서 그런지 몰라도.. 거리를 거니는 사람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 문을 연 가게가 없었다. 그저 차가운 바람이 부는 거리에 전차와 차 몇 대만 오갈 뿐. 왕복 2차선 도로의 좌우에 고딕 양식의 멋진 건물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뾰족뾰족한 고딕 양식이 분위기를 더 음산하게 만들 뿐이었다. Karlsplatz를 지나 Marienplatz로 가는 주 도로라고 볼 수 있는 Neuhauserstrasse에 접어들었다. 길 양쪽에는 가게들이 쭉 있었으나 문을 연 가게는 하나도 없었다. 사람도 거의 없었다. 우리 같은 관광객이나 조금 보일 뿐. 아마 시간이 너무 일러서 그랬겠지?



- Marienplatz에서 바로 보이고 또 뮌헨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인 Frauenkirche는 요로코럼 생겼다. 실제로는 색이 조금 더 붉은 기운이 돌지만 모양은 딱 저렇다. 저 두 개의 탑이 뮌헨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성당 입구가 어딘지 몰라서 뱅뱅 돌다가 옆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딱 들어갔더니 왼쪽에 바로 보이는게 이런 것이었다.


뭔가 마차같은 느낌이었는데 설명을 읽어보니 무덤이란다-ㅁ-; 뭔가 기분이 오싹해지는데... 최초의 성당이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성당은 죽은 이에게 혹은 신에게 제사지내는 장소라는 생각도 들면서..


성당의 전면을 딱 보니 인상적인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십자가. 보통 십자가가 벽에 붙어있는데 여기는 엄청나게 큰 십자가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요로코럼..


뭔가 거대한 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움츠러들게 했다. 거대한 십자가를 보면서 신에게 경외감을 느끼라는 의미였을까?


이 성당에는 창문이 매우 많았다. 조명이 없어도 성당 내부가 환히 보일 정도로. 하지만 위 사진에 나온 발자국 위치에 서면 창문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아주 조금도... 전설에 따르면 신을 욕보이기 위해 악마가 이 성당에 들어와서 저 위치에 딱 섰는데 창문이 하나도 안 보여서 도망갔다는...-ㅁ- (내용이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ㅠㅠ)


요건 현재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를 표현한 것인 듯...?;


-  성당을 나와서 신시청사(Neues Rathaus)를 보러 갔다. 뮌헨에 가면 누구나 저 신시청사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길래 나도 한 장 찍었다. (내가 나온 사진은 빼고ㅋ)

시간도 이제 9시가 넘어서인지 길거리에 사람이 꽤 보였다. 차들도 지나가고.. 사람 안 나오게 사진 찍기 참 힘들었다;; 저 중간에 보이는 인형들이 특정 시각이 되면 나와서 무엇인가를 한다는데 우리는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므로 그냥 패스~

- 다음 목적지는 Pinakothek! 가는 길에 Odeon을 지나길래 한 장 찍었다.

 설명이 죄다 독어라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건물이 길에 그냥 떡하니 있었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Neue Pinakothek만 하는 날.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들어가서 입장권을 사니 직원분이 오디오가이드를 들을 거냐고 물었다. 나는 돈내고 빌리는 우리나라 시스템만 생각해서 하나만 빌리겠다고 했더니 그 분이 웃으면서 무료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 둘 다 뻘쭘하게 웃으면서 두 개를 빌렸다-ㅁ-;ㅋ
Neue Pinakothek에서 보낸 3시간은 너무나도 황홀했다. 비록 오디오가이드가 영어라 다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뮌헨에서 가장 기대한 것이 Pinakothek 3종세트였기에 그 만족감이 더했다. 누구든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뮌헨에서 Pinakothek을 가는 것을 강추!!

뮌헨의 거리는 이렇게 썰렁했다. 길거리에 가장 많은 것은 사람도 차도 아닌 꽁초였다. 특히 대학 근처에는 꽁초가 산더미였다. 무언가 우리나라와는 다른 흡연 문화를 가진 듯하다.


주린 배를 채운 후 향한 곳은 슈바빙. 전혜린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뮌헨의 슈바빙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된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 일단 슈바빙을 가기 전에 그 근처에 있는 영국정원에 갔다. 나름 여행의 컨셉이 '여유'였기에 공원에서 여유를 좀 만끽하고자. 하지만 공원에서 우리를 반긴 것은 여유가 아니라 거위였다.


 이렇게나 많은 거위들이 호숫가에 있었다. 태어나서 거위를 이렇게 많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오리일수도?? 잘 모르겠다..) 

거기에는 이렇게 저 거위(아니면 오리)에게 밥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먹을 걸 줄 때마다 떼로 몰려드는 광경은 멋있다기 보다는 그냥 공포였다.

눈앞에서 요런 것들이 뒤뚱뒤뚱 걸으며 지나가는데 저 주둥이에 한번만 물리면 살점이 뚝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공포심. 하지만 남자답게(?) 도망가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내 존재감을 알리지 않았을 뿐..
공원 바닥에는 저 조류들이 먹고 싼 배설물이 곳곳에 있었다. 그걸 피해서 걷는 것도 하나의 재미?

적당한 휴식 이후 슈바빙으로 이동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도대체 전혜린이 말한 슈바빙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독일의 여느 사람 사는 곳과 별 다를 게 없었는데... 한참을 걷다가 다리가 너무 아파서 포기하고 그냥 숙소로 귀가...


본격적인 독일 여행 첫 날의 교훈은... '교통비는 아끼지 말자'였다. 하지만 이를 아끼려다 며칠 후 큰 코를 다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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