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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실습후기를 적기엔 너무 귀찮아서 바빠서 일주일 치를 모아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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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내과의 환자'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관절염 환자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 류마티스 내과의 환자는 정말 다양했다. 물론 RA(rheumatic arthritis:류마티스 관절염)환자도 있고 SLE(systemic lupus erythematosus:전신 홍반성 루푸스)환자, AS(Ankylosing spondylitis:강직성 척추염)환자, gout(통풍)환자도 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질환들을 류마티스 내과에서는 다룬다. 하지만 외래 진료 참관을 하다보니 정말 왜 이 환자가 류마티스 내과로 왔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저 관절이 아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또 관절에 무언가 피부증상이 나타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반 병원에서 류마티스 내과로 의뢰받아 오는 사람들이 가장 황당한 경우.
류마티스 질환은 만성 질환이 많다. (어쩌면 거의 모든 질병이 만성 질환일수도.) 바꿔 말하면 평생 치료받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렇기에 류마티스 질환으로 병원에 내원 혹은 입원하는 환자는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맡은 한 입원 환자가 그러하였다. 열과 복통으로 응급실로 온 환자였는데 처음 만나러 갔을 때부터 병원 시스템을 잘 안다는 포스가 넘쳐나는 분이었다. 학생이 자신에게 왜 질문을 하는지나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과거력을 보니 이미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병원 입원도 꽤 많이 하셨던, 병원에 관해선 나보다 훨씬 고수분이었다. 이제 갓 병원이라는 곳을 밟아본 나보다 훨씬 더 위에 위치한 환자분. 무언가 앞으로 많이 겪게 될 것같으면서도 내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환자 케이스는 쉬웠다. SLE가 기저 질환으로 있기는 했지만 약물에 포함된 면역억제제로 인한 요로감염이 원인이었다. 비록 회진 때 교수님의 40분간 지속된 질문 공세에 온몸이 땀으로 샤워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만의 생각으로 요로감염을 빠르게 진단해 냈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꼈다.
외래로 한 젊은 환자가 왔다. 나이는 나랑 동갑 정도. 진단명을 보니 SLE였다. 그 전까지는 SLE 환자를 주로 어른들만 봤기에 젊은 나이에 SLE 진단 받고 평생 치료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슬펐다. 게다가 중간에 합병증도 엄청나게 많은 질환인데, 최소한 60년 동안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니.. 그러나 20대에 SLE를 진단받은 환자에 대해 슬퍼하던 나에게 소아과를 돌던 친구가 더 심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불과 3~4살에 SLE를 진단받은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그보다 더한 어린 아이들도 SLE를 진단받을 수 있다는 것.. 다른 모든 질병이 그러하지만 어린 나이에 진단받은 만성 질환만큼 우울한 것도 없을 것이다. 평생동안 병원, 그리고 약과 함께할 그들을 보며 나를 건강하게 나아준 부모님께 갑자기 더욱 고마웠다.
류마티스 내과에서는 BSP(Bed side presentation)이라는 것을 한다. 회진을 돌면서 학생이 교수님께 각 환자에 대해 presentation을 하는 것. 과거력부터 현재 증상, 문진, P/E까지 모든 것을 다 해야만 하는, 학생에게도 어렵고 환자에게도 번거로운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인턴, 레지던트가 되면 하루에도 여러번씩 밥 먹듯이 해야하고 의사가 할 수 있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에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기도 하다. BSP를 하면서 당혹스러운 순간은 교수님의 날카로운 질문이다. 내과학 전반을 아우르는 질문에 가끔씩은 약리학, 생리학을 넘나드는 질문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게 하는 이 질문들보다 더 학생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환자들이 내가 질문했을 때와 다르게 말씀하는 것이다. 내가 칠 땐 분명 오른쪽이 아프다고 했는데 교수님이 오니깐 왼쪽이 아프다고 하시거나, 분명 어깨는 괜찮다고 하시다가 교수님이 오시니 어깨가 아파 죽겠다고 하신다. 그렇게 되면 내가 발표한 내용과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다르니 교수님의 매서운 눈초리가 나를 향하게 되고.. 거기에 대고 '환자분, 왜 아까랑 다르게 말하세요ㅠㅠ'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환자 발표 준비를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면서 혼내시는 교수님의 불호령을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이다. 환자분이 악의를 가지고 그러실리는 없겠지만 제발... 학생이 올 때랑 교수님이 오실 때랑 똑같이 대답해주시길.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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