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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0년] 본3 실습

<실습 여섯째 주> 신촌 소아과 소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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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병실에 아주아주 귀엽게 생긴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Lennox-Gastaut syndrome이라는 병이 있었지만 잘 치료받고 있었고 이번엔 소화기 증상으로 입원한 아이였다. 항상 어머니가 유모차에 태워서 끌고 다니셨는데(아이는 7살인데 7살치곤 좀 작았다.) 항상 우리가 갈 때마다 시크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좀 잘생긴 얼굴에 시크한 표정까지 합쳐져서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말 걸어도 대답 잘 안하는 나쁜 남자인 줄 알았는데.......... 다른 과 도는 친구한테 들은 얘기를 듣고 배신감을 느꼈다. 자기들이 회진 갈 때에는 막 커튼으로 얼굴 가리면서 장난치고 청진기 가지고 장난치고 부끄러워하고 말도 잘 했다는 것이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소아 소화기에는 교수님도 남자분이고 레지던트도 남자분만 두 명에 나도 남자로 총 4명의 남자가 회진을 돌았다. 내게 같은 환자의 다른 이야기를 해 준 소아 신장은 교수님과 4년차 레지던트는 남자지만 주로 환자와 잘 만나는 1년차 선생님과 학생이 여자였다. 이 조그만 성비의 차이가 그 아이의 행동에 그리 큰 영향을 주었다니... 7살 꼬마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좋긴 한가보다.
2. 회진을 돌다보면 의사에게 많은 콤플레인을 하는 환자가 많다. 병원에 치료받으러 갔는데 증상이 낫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었다면 나라도 화가 나겠지만 그런 케이스 중에서도 좀 특이한 경우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지난주에도 봤던 환자다. 나이는 중학생쯤 된 덩치 큰 남자아이였는데 8~9개월 전에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그게 기도를 막아서 hypoxia에 빠져 사지마비가 되었다고 한다.(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문제는 이런 히스토리가 아니라 그 이후의 히스토리. 처음 사지마비가 된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다가 1개월 전 쯤 우리병원으로 전원했는데 그 이후 아이가 먹는 유동식이 서울대랑 달라서 아이의 소변도 안 나오고 계속 구토한다면서 불만이 많으셨다. 교수님이 가실 때마다 그 얘기를 하시고 영양과 선생님과도 계속 마찰이 있었던 듯 했다. 서울대에서는 묽게 해서 먹였는데 여기에서는 너무 진하다는 게 그 분 말씀. 계속 불만이 많으시니 마지막엔 결국 교수님도 그냥 서울대에서 주던 대로 한 번 줘보자고 영양고 선생님을 설득하셨는데, 내가 정말 궁금한 건 그 치료 잘 받던 서울대 병원에서 왜 우리 병원으로 전원했냐는 것이다. 국립대 병원이니 입원료도 여기보다 저렴하고, 밥도 거기선 잘 먹었다면서 왜 이리 옮겼는지.. 거리 문제라고 해도 연건에서 신촌까지 버스로 20분이면 오는 거린데;; 그리고 보호자분은 거의 아들 옆에서 사시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케이스였다. 지난 주 선생님도 많이 궁금해하셨으나 차마 묻지는 못했던 것.. 서울대에서 쫓아낸 것도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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