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다섯째 주> 신촌 소아과 신장

1. 참 특이한 교수님을 만났다. 이제 실습돈지 5주밖에 안 되었지만 이런 교수님은 처음이었다. 이번 실습의 담당 교수님은 병원을 걸어다니다가 만나는 교수님마다 허리굽혀 인사하고 간호사 분들과는 인사는 물론 대화도 나누시며 심지어 실습 후 만난 학생에게까지도 고개+약간의 허리까지 굽혀 인사하시는 교수님이었다. 교수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유도 있겟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간호사분들이나 학생에게까지 인사 잘하는 교수님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도 간호사분들과 이렇게나 친한 교수님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간호사와 의사의 관계에 대해서...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붙어있지만 역시나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반대쪽만을 보고 있는 관계이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평탄하지 못하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사는 간호사를 무시하고 동시에 간호사들 역시 초보 의사들을 무시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어보면 의사-간호사 관계의 한 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교수님의 회진 만을 쫓아다니는 학생이기에 많은 것을 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간호사를 직접적으로 무시하는 의사는 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간호사와 친하게 지내는 의사 또한 보지 못하였다.(이 교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의 중심은 의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이 병원에 가는 이유가 의사를 만나러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병원에서 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간호사(혹은 간호조무사)이다. 특히 입원한 경우에는 더 심하다. 의사는 아침이나 오후 회진 등 회진 시간에만 주로 만나지만 간호사는 채혈이나 투약 등 그 외의 수많은 업무 과정 중에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서 생각한 게 과연 '병원의 중심'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환자에게 처방을 하고 진료를 하는 것은 의사이지만 그 처방에 따라 약을 투여하고 환자를 관리하는 건 간호사이기에 누가 과연 병원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본 게 이곳이 병원이 아니라 기업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병원을 현대나 삼성 등 기업에 비유하면 의사는 임원이고 간호사나 다른 기사분들은 근로자라는 게 내 생각이다. 임원들이 생산할 제품이나 연구, 다른 기업과의 교류 등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근로자는 그 정책에 따라 기업의 일을 직접 하는 사람들이다. 근로자가 없으면 임원들이 결정한 정책을 시행할 사람이 없고 그러면 회사는 돌아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임원이 없으면 근로자들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여기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원이 없으면 근로자가 대신 정책을 결정해서 일을 진행하면 되지 않은가, 그리고 근로자가 없으면 임원이 대신 일을 하면 되지 않은가. 이 논리대로라면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간호사가 없으면 의사가 대신 간호 업무를 담당하면 되고 의사가 없으면 간호사가 대신 처방해서 치료하면 된다.(갓 의사가 된 사람보다 오랜 경력의 의사가 더 처방을 잘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오래 지속되면 결국 그 회사는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바퀴를 굴리면 처음에는 돌아가지만 나중에는 결국 바퀴가 망가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결론은 '의사'나 '간호사' 모두가 중요하다는 것.
2. 워낙 에피소드가 없다보니 이상한 말이나 쓰고 말았다. 소아과 첫 주에 느낀 점은 위에서 말한 교수님처럼 누구에게나 인사를 잘 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과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는 것. 소아과 인턴을 하는 한 선배가 이런 얘기를 해줬다. 소아과 애들은 다 좋은데 제발 죽지만 말아 달라고. 큰 병원이다 보니 종양 등 안좋은 병으로 입원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너무나도 귀여운 그 아이들이 죽을 때마다 본인의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질병은 어리다고 봐주지는 않는다. 80먹은 노인이나 갓 돌이 지난 아이나 안 좋은 병에 걸리면 죽기는 매한가지. 제발 내가 보는 소아 환자 중에 사망하는 환자가 없었으면...
3. 1번은 틀린 내용이 많으므로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