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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0년] 본3 실습

<실습 일곱째 주> 신촌 소아과 NI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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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ICU는 병원 내에서도 참 특이한 곳이다. 일단 회진 때 NICU 안에서만 돈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고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만나지 못하고 NICU에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만 계속 봐야한다는 것도 특이하다. 실습 돌기 전에 먼저 돌았던 사람들로부터 NICU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학생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접 가보니깐 정말로 학생에게 관심갖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저 교수님 회진 오시면 부르는 정도? 물론 선생님들의 할일이 워낙 많다보니 그럴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렇다고 이런 무관심이 서운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무관심 속에서 NICU내에 있는 아이들 보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 다만 일정이 끝났는데도 학생을 보내지 않고 그냥 무한대기 타야할 것만 같은 시츄에이션은 좀 너무했다. 우리야 물론 눈치봐서 가도 되냐고 묻긴 했지만..
  2. NICU에는 주로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이들이 있다. (신생아니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가-_-) 미숙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실이 아닌 NICU로 직행하고 fullterm baby들도 문제가 있으면 바로 NICU에 온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오기 때문에 NICU에 있는 아이들은 너무나도 작고 귀엽다. 병동에 있는 환자들처럼 불평불만을 쏟아낸다거나 증상을 호소한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저 웃고 울고 뒹굴 뿐. NICU의 최대 장점은 역시 보호자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손만 잘 씻었다면 어느정도까지 아이를 만지는 것은 허용된다. (단지 우리가 간호사 선생님들께 소리들을까봐 못했을 뿐.) 레지던트 선생님도 마지막에 NICU의 최대 장점은 보호자가 없다는 것이라는 말을 하셨다. 면회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말 못하는 아이가 NICU에서 있었던 일을 부모에게 말할 리도 만무하고... 의사나 간호사나 보호자의 허락만 있다면 마음놓고 진료(?)할 수 있는 곳이 NICU다.
  3. NICU에 가보면 너무나도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누워있다. 겉모습만 봐서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천사들 같은 아이들이. 그러나 일단 NICU에 누워 있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건강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물론 몇몇 아이들은 경미한 증상으로 입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미숙아라든가 머리에 혹이 생겼다거나 황달이 생겼다거나 하는 등등의 질환이 있다. 내가 맡은 아이도 겉으로는 너무나도 귀엽고 생글생글 웃는, 태어난지 2주쯤 되는 아이였다. 조금 일찍 태어났고 또 태변성 복막염이 의심되어 NICU에 입원했다가 다 괜찮아져서 퇴원하려고 형식적인 뇌초음파를 찍었는데 거기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월요일 쯤에는 sono 상에서 ventriculomegaly와 cbll쪽에 cyst같은 게 살짝 보이는 수준이었는데 목요일 쯤 찍은 MRI에서는 ventricle이 엄청나게 확장되어 있었고 cyst도 선명하게(?) 잘 보였다. 일반적으로 머리에 cyst가 생기면 머리가 커지기 마련인데 얘는 많이 커지지도 않았다. 침대 같은 거에 누워서 보자기에 쌓여 있으면 내가 쳐다보면 (비록 날 보지는 않지만) 생긋생긋 웃는 아이였는데... 그 웃는 아이의 뇌속에 물이 꽉 차있다고 생각하니... ventricle이 커진 경우에는 shunt를 뚫어서 물 같은 것을 빼주는 수술을 해야하는데 이 아이는 우리 병원에서 수술받지 않고 그냥 퇴원했다. 보호자가 우리 병원보다는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저 강동에 있는 병원으로 전원하겠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NICU 담당 교수님이나 소아 신경외과 교수님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놓는 보호자 분.. 교수님이 보호자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하면서 한 마디 하셨다. "전국에 그 수술을 교수급이 직접 하는 병원은 우리 병원밖에 없고 또 우리 병원 교수님은 작년에 단 한 건의 합병증도 안 나왔듯이 최고의 의사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다른 병원으로 가는구나.."라고.
  4. NICU에 있는 아이들 중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도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바로 버려진 아이들... 아마 보호자는 봉사단체 쯤 되려나? 내가 실습도는 중에도 한 아이가 들어왔다. 우선 버려진 아이의 경우 태어난 시간이나 재태연령, 태어난 당시의 상황 등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사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한다. 이 아이도 처음 입원했을 당시에는 정황도 잘 파악되지 않았고 레지던트 선생님들도 당황했으나 다음날에 여러 정보가 들어오고 아이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아이는 모텔에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당시 아이엄마와 다른 여자가 있었고 옆에 있던 다른 여자가 119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119가 모텔 방에 갔을 당시 아이는 탯줄이 가위로 대충 잘린 채 욕조 속에 있었다고 한다. 대충 상황이 파악이 되는가? 물론 우리 병원에 이런 아이들이 자주 오는 것 같지는 않다. 조금 더 작은 규모의 병원들, 특히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 같은 데에 주로 가는 것 같다. 어쨌든... 그 아이는 교회 목사님 부인이 입양하기로 했다는 것 같았다. 기왕 이 땅에 태어난 거 행복하게 살기를.
  5. 이 아이 얘기를 하면서 교수님이 비슷한 경우의 다른 아이 얘기를 했다. 이름이 '성탄'라고 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버려진 채로 발견되었다가 지금은 잘 크고 있는 아이였다. 매스컴에도 나갔다면서 옆에 있던 조교수 선생님을 놀리기도 하셨는데.. 자세한 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2&aid=0000280047 여기를 참조하길...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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