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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7년~] 진료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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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국 금지시켰으면 정말 코로나가 확산 안 되었을까? 2020년 2월 21일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가 났다.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안한 韓·日만 감염자 급증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1/2020022100284.html그러면서 이런 자료 이미지를 첨부했다. 기사를 읽고 궁금증이 들었다. 정말 입국금지한 나라들은 코로나 감염이 진정세일까? 먼저 싱가폴이다.확진자가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싱가폴은 2월 1일부터 중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다음으로 대만이다.대만 역시 꾸준히 확진자가 나오는 중이다.대만은 2월 7일부터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2월 16일 이후 8명의 확진자가 추가되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이다.베트남은 지난 2월 13일 인구 1만명이 거주하는 지역 하나를 봉쇄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떠올리는 메르스의 추억. "메르스가 몇 년도에 이슈가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까?적어도 나는 할 수 있다.2015년.왜냐 하면 당시 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전공의 3년차 때였다. 메르스가 확산되었을 때 나는 중환자실 근무였다.4년의 전공의 생활 중 중환자실은 딱 2달 도는데 하필이면 그 2달이 메르스랑 제대로 겹친 것.덕분에 메르스 의심 환자를 처리하는 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전공의의 고생은 중환자실 담당 교수님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당시 중환자실 담당 교수는 호흡기내과 김 모 교수님이었다.그 분은 내과계 중환자실을 담당하시고 나는 외과계 중환자실에서 근무했으니 메르스가 아니었다면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웠을게다.하지만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병원은 '청정..
2020년 1월 22일 도내 모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마취과 의사를 구하는 중이어서 공보의 복무 만료되는 마취과 의사를 찾고 있단다. 지금도 마취과 의사가 없어서 병원이 힘들다면서.난 생활권이 서울이라서 거기에서 일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전화를 끊으면서 생각했다.뭔가 이 상황이 대한민국 의료의 현재를 상징하는 장면같다고. 막상 나는 공보의 끝나면 수도권 어디에서 취직해야 할지 막막하다. 수도권에는 의사가 많다보니 경력없는 의사는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보인다.그런데 지방에서는 경력 상관없이 면허 혹은 자격증 있는 의사면 오케이다. 하지만 의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내가 이 근처 대학을 나왔으면 이 지역에서 일했을까?아니면 내가 이 근처에서 자랐으면 이 지역에서 일했을까? ..
원하는 걸 언제나 얻을 수는 없다. 요새 아이에게 계속 하는 말이 있다.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물론 한국어로..) 아이에게 계속 이 말을 하다보니 이 말이 내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공중보건의 생활을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다.취직 자리를 슬슬 알아보고 있는데 나 스스로 요구사항이 굉장히 많다.일도 잘 가르쳐주는 병원이면 좋겠고, 규모도 어느 정도 있는 병원이면 좋겠다. 월급도 적지 않았으면 좋겠고 휴가도 어느 정도는 보장해주면 좋겠다. 또 집에서 너무 멀지 않으면 좋겠다.취업준비생들이 하는 고민이랑 똑같다.이 중 우선순위를 두고 하나하나씩 취소선을 그어야할 것이다.모두를 얻을 수는 없으니깐.
간호사 인력난 개선법이 없을까? 인턴 때 파견나갔던 병원에서 회식을 했다. 인턴 때라 병동 간호사와 얘기할 기회가 없다가 회식 자리에서 간호사들과 얘기할 기회가 생겼다. 그 때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3~4년차가 되면 병동에서 최고참급이랬다. 신입이 들어오면 대부분 1~2년 내에 그만두기 때문이다. 그것을 버티고 남은 사람은 극소수였다. 즉 환자를 직접 만나는 대다수의 병동 간호사가 경력 1년 내외의 초짜들이라는 것이었다.인턴 때 본 병동 간호사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했다. 월급은 많지 않고 일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주로 일하던 대학병원 간호사들도 힘들어했지만 그보다 업무는 더 많고 월급은 훨씬 적었다. 간호사 면허를 땄으니 일단 일은 해보는데 하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1~2년 내에 그만두는 것이었다. 미래에 월급이 크게 ..
답답한 의료 현실 http://mn.kbs.co.kr/mobile/news/view.do?ncd=4321924#kbsnews 서귀포의료원에 호흡기 전문의가 없어 전문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 이동우 서귀포의료원 응급실 과장이 응급조치를 취한 뒤 상급병원인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한라병원에 전원(병원 간 이송)을 문의했지만, 중환자실은 모두 만실이었다. "제주대병원도 없고 한라병원도 없고 지금 우리 병원보다는 더 상급병원으로 가야 하는 건 맞는데 지금 자리가 없어서. 저희가 일단 항생제 치료하면서 기본적인 처치를 해보고요. 반응을 좀 볼 건데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그러면 언제든지 다시 전원 문의해서….” 이 과장이 딸 김 씨에게 어머니의 상태를 설명했다. 덤덤해 보였던 김 씨는 한 ..
예과 때 들었던 법대 강의의 추억 요새 대학 관련 책을 읽다보니 대학생 때가 계속 생각난다. 본과 3,4학년 실습 나갔던 시기 빼고 강의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예과 2년 + 본과 2년간 정말 많이 잤다. 나 스스로도 강의에 집중을 못했고 재밌는 강의도 별로 없었다. 교양 수업은 강사가 강의를 재밌게 해도 시험 공부를 안하니 성적이 잘 나올 수가 없었다. 내가 들었던 수많은 강의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민법을 가르쳤던 교수님의 강의다. 당시 법대 친구의 추천으로 들었는데 딴짓을 하다가도 들을 수밖에 없는 강의였다. 교수님이 농담을 하지도 않고 학원 강사들처럼 쇼맨쉽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그 교수님이 강의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나는 시험 공부를 시험보러 가는 지..
왜 의사는 내 아픔에 공감해주지 못할까 몇 년 전 아내랑 밥을 먹는데 아내가 사레가 들린 적이 있다. 기침을 계속 하는데 나는 그냥 밥을 먹었다. 기침을 마친 아내가 내게 엄청 화를 냈다.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히 밥을 먹을 수 있냐'고. 그래서 내가 '사레 들리는 것으로는 죽지 않는다' 고 했다가 더 혼났다. 최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위 사례가 떠올랐다. 이런저런 불편감과 통증이 있는데 의사는 '시간 지나면 좋아질 거에요.' 라는 말로 넘어가버렸다. 나도 의사니깐 진료봐준 의사가 한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나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 같지만 저런 말 하나가 되게 서운했다. 이것도 불편하고 저것도 불편하고 일상생활에서 신경쓰이는 것이 많지만 그것에 대해 공감해주거나 코멘트해주지 않고 '좋아질 거에요'라는 말로 넘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