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토르칼을 떠나 트레벨레즈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운전을 안하다가 스페인에서, 그것도 모르는 길을 수시간씩 운전을 하니 힘들었다. 구글 내비를 켜놨더니 배터리가 줄줄 달아 없어져서 그냥 그때그때 길을 모르면 구글 지도를 켜서 길을 찾았다. 그러다보니 엄청 헤맸다. 그라나다에서 고속도로를 갈아타는 과정이 제일 어려웠다. 몇 번 고속도로인지도 모르고 고속도로이다 보니 중간에 멈춰서 길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한 번 잘못 나가고 겨우겨우 길을 찾아서 다시 남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탔다.
고속도로를 벗어난 이후부터는 꼬불꼬불한 산길이 계속되었다. 마주오는 차는 계속 나와 부딪힐 것만 같고 오른쪽으로는 천길 낭떠러지였다. 가끔씩 자전거 타고 그 험한 산길을 오르는 사람도 보였다. 자동차도 힘들어하는 산길인데, 자전거로 간다니 대단했다.
이곳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부비온Bubion이라는 마을이다. 알푸하라La Alpujarra라고 하여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남쪽에 위치한, 산악 마을들을 통칭하는 명칭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이다. 내가 가려는 트레벨레즈도 알푸하라의 마을들 중 하나이다. 저 멀리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만년설이 보인다. 요새 스페인의 경기도 안 좋고 알푸하라를 찾는 사람도 줄었다더니 부비온에서는 문을 연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트레벨레즈로 출발.
트레벨레즈로 가는 길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S자 커브가 계속되는 산길에서 사진을 찍는 모험을 하기에는 내 목숨이 소중했다. 한참을 운전하여 도착한 트레벨레즈. 일단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이곳은 Maison la Fragua라고 하는 음식점. 점심먹기엔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먹을 수 있었다.
소꼬리 요리. 맛은 매우 좋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는 하지만, 시장한 것을 감안해도. 스페인에서는 웬만하면 음식으로는 실패하지 않는 느낌.
트레벨레즈 뒤의 산들. 이곳이 한때엔 하이킹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한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르려면 트레벨레즈를 거쳐가야 해서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하지만 내가 갔을 땐 소수의 하이커(?)들만 있었다.
작은 마을 답게 숙소가 많지는 않았다. 이곳은 Hotel La Fragua II인데 I은 방이 꽉 차서 이쪽으로 오게 되었다. 혼자 자기엔 방도 크고 가격도 부담스럽지만 둘이 쓰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추천추천.
입구에서 걸어올라오면 호텔이 보인다. 딱 봐도 전망이 좋아보이지 않나? 아마 1층 방은 좀 싸고 2층 방은 더 비쌀 것 같다. 이 호텔과 내가 밥먹은 음식점은 같은 계열사(?) 느낌이다. 아마 가족이 운영하는 것 같다. 호텔 내에도 식당이 있으나 전문 식당에서 먹는 것이 더 낫겠지?
내 방은 입구 바로 앞 방이었다. 발코니에서 본 전망이 이정도. 혼자 자기엔 좀 부담스러운 방값이었지만 전망이 이렇다면! (하지만 이 전망을 감상할 일은 거의 없었다-_-)
이것은 호텔 방 모습. 이곳에서 혼자 잤다…
호텔 입구도 이렇게 꾸며놓았다. (웬지 호텔 광고글로 변질되는 느낌인데;; )
짐도 풀고 휴식도 취한 후 마을 구경에 나섰다.
여느 스페인 남부 집들처럼 트레벨레즈의 집들도 모두 하얗게 칠해놓았다. 이런 좁은 길로 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고.
꽃으로 외관을 장식하는 것은 자주 봤지만 저 접시들은 뭘까?
그냥 꽃 없는 벽들도 있고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벽들도 있다. 집주인의 차이인가?
하이킹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집집마다 차가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에 저렇게 작은 수레에 가스통을 싣고 나르며 팔더라.
이 정도 폭의 길이면 메인 스트리트다.
이렇게 계단이 있고 그 위에 발이 쳐진 입구가 있는 것은 이슬람식이라고 했던 것 같다.
중간마을 광장에서 노는 아이들. 아마 이 아이들이 틀레벨레즈에 사는 아이들 전부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데 얼마나 재미있게 하던지, 나도 같이 끼고 싶었다.
축구하는 아이들 옆을 지나가는 노인. 스페인도 우리나라처럼 시골에는 노인 혹은 어린이밖에 없었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시로.
축구하는 아이들 뒤편으로는 염소로 추정되는 동물들이 방목되고 있었다. 공이 뒤로 빠지면서 우연히 보게 된 동물들. 마을에 가축이 그냥 풀어져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붕마다 있는 저 버섯모양 굴뚝이 트레벨레즈만의 특징이라고 한다. 왜 저렇게 해놨을까?
광장에서 만난 친구.
참고로 트레벨레즈는 윗마을, 중간마을, 아랫마을로 구성되어 있고 각 마을마다 광장이 있다. 버스가 각 광장마다 멈춘다니 혹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사람들은 참고하시길.
이곳에도 무어인들의 흔적인 공용 음수대가.
흔한 골목길.
트레벨레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가운데 난 길이 마을을 관통하고 길을 따라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가장 아랫마을 아래쪽으로는 트레벨레즈 강이 흐른다.
이곳은 아랫마을 광장. 아마 트레벨레즈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아닐까 싶다.
이런 천조각들을 많이 팔던데 뭘로 만든건지는 모르겠다.
트레벨레즈는 하이킹과 스페인에서 두번째로 고도가 높은 마을이라는 점으로도 유명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트레벨레즈의 상징은 하몽이다. 하몽이라는 것은 일종의 햄인데, (햄Ham, 하몽Jamon 뭔가 비슷하지 않나?) 트레벨레즈의 높은 고도가 하몽을 만드는데 아주 좋다고 한다.
그래서 트레벨레즈에는 이런 하몽 공장(?)들이 많이 몰려있다.
안내책자에는 하몽 만드는 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고 했는데 스페인어도 안되고 혼자다 보니 어려웠다. 그냥 이렇게 매달려 있는 하몽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
적당한 가게에 들러 하몽을 하나 샀다. 저렇게 큰 다리는 비싸기도 하고 혼자 다 먹을 수 없기에 햄처럼 포장된 것을 샀다. 나중에 안주로 먹기 위해 일단 킵.
중간마을과 아랫마을을 본 이후 윗마을로 올라갔다. 그 중간에 있던 의자 하나. 아랫마을에서 윗마을까지 한번에 오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일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빨리 올라가야 하는데 갈길이 멀다.
이곳이 트레벨레즈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에 오르면 모든 마을들이 내 발 아래에 있다. 이곳의 뒤쪽으로는 물탱크 혹은 물관리소가 있다.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물. 이 물탱크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 저 앞에 있는 안내판에 적혀 있다. 바로 옆으로는 밭이 있는데 수로를 통해 밭에 물을 공급한다. 저 멀리 산에 가로로 나무가 빼곡한 곳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수로가 지나가는 곳. 수로가 생긴 이후에야 트레벨레즈는 사람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 것 같다. (그 전에는 아까 위에 보인 염소타고 산 아래 마을로 내려가서 염소 털로 만든 제품이나 염소 우유 같은 것을 팔고 살았을 것이다.)
이곳이 바로 옆에 있는 밭이다.
이런 수로를 통해 높은 곳에도 물을 공급한다.
올라와서 좀 쉬는 사이 해가 산을 넘어갔다. 다른 곳은 해가 늦게 지지만 산속마을인 트레벨레즈에서는 해가 상당히 일찍 진다.
마을에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이제 빨리 내려가야 한다. 얼마나 어두워질지 모르니깐.
점심을 먹은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곳은 그 음식점의 2층. 내가 도착했을 때(밤8시)에는 사람이 이렇게 없었는데 음식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사람들로 꽉 찼다. 그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자는걸까!
사진의 일행은 아마 부부동반으로 두 커플이 온 듯했다. 영국인들이었다. 그 외에도 중년의 여행객들이 꽤나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 어느 정도 키운 중년의 부부들이 친구들끼리 부부동반 여행을 꽤나 가는데 그런 느낌이었다.
야채와 과일이 너무 땡겨서 시킨 샐러드.
이건 스프. 샐러드와 스프, 그리고 와인 한 잔이면 저녁 한 끼로 충분하다. (응?)
식사 후 숙소로 들어가서 뻗었다. 오랜 운전이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내일은 트레벨레즈에 온 목적인, 하이킹을 할 예정. 이 날 잘 때까지만 해도 내일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전혀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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