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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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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사토 마사루 지음,

저자 사토 마사루는 서문에서 아날로지(Analogy)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한국어로 '유사성'이라는 의미이다.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을 잘 지켜보면 현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유사성이 많고 그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현대를 신제국주의로 정의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요소로 1)자본주의 2)내셔널리즘 3)종교 문제 를 들었다. 우선 제국주의의 탄생과 자본주의에 대해 알아본다.


1)
신제국주의의 과거 버젼인 구제국주의는 19세기에 생겨난다.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팍스 브리타니카를 구축했던 대영제국은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번영한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쌓인 자본을 주체할 수 없었던 영국에게 1873년 불황이 찾아온다. 이후 영국은 보호무역을 시행한다. 영국의 보호무역에 대항하여 독일과 미국 역시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 내 산업을 발달시킨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호무역을 시행하니 대불황시대에 물건을 팔 데가 없어졌다. 그래서 각 국가들은 전세계에 식민지를 찾아 나선다. 
제국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영국은 19세기 말 집중적으로 중화학공업을 발달시킨 독일, 그리고 미국에 세계 1위 자리를 위협받게 되었다. 독일과 영국의 패권 다툼은 결국 1차대전으로 이어진다. 1차대전과 2차대전 이후 식민지들이 독립하면서 제국주의는 종말을 고한다. 이후 냉전시대를 지나고 소련이 붕괴한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전세계의 패권국가가 된다. 팍스 아메라카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는 소위 신자유주의가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 시기는 길지 않았다. 2001년 9.11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영향력은 약해졌다. 동시에 중국, 러시아 등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신제국주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구제국시대에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면 신제국시대의 강대국들은 식민지 대신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가들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 

구제국주의는 1차대전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과연 신제국주의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까? 유럽의 엘리트들은 전쟁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유럽연합이라는 묘수를 냈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의 성공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2)
내셔널리즘(Nationalsim)의 시작은 18세기 말이다. 그 전까지는 '네이션(Nation)'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했다. 중앙집권 체제가 있었다해도 지방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유럽 얘기다.) 바이에른 지방의 농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보다는 자기 동네 영주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았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프랑스 혁명은 남성보통선거 및 징병제를 전 유럽에 보급했다. 그로 인해 이전에는 자기 동네만 인식하던 사람들은 '네이션'이라는 개념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그 전의 지배층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피지배층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들만의 '네이션'을 갖기를 원하는 것이다. 유럽 최대의 다민족 국가였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오스트리아 제국'은 밀려드는 내셔널리즘으로 인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되었고 1차대전 패전 이후에는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등등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내셔널리즘은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일까? 이를 연구한 많은 학자들은 각각 다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앤더슨은 내셔널리즘은 엘리트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고 거기에 표준어, 종교 등의 요소를 넣어 위에서부터 내셔널리즘을 만들어낸 것이다. 겔너는 산업화 이후 도시에 모여 살던 사람들이 동질감을 필요로 하며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내셔널리즘이라 하였다. 스미스는 여기에 역사성을 더하여 내셔널리즘의 탄생을 설명했다. 도시화로 모인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요소가 필요했고 그 요소로 선택한 것이 공통의 조상, 문화, 역사 (=에스니ethnie)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현대 내셔널리즘 문제의 예로 우크라이나와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를 들었다. 서로 다른 에스니를 가진 사람들이 한 국가에 모여있다 보니 독립하고자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궁금한 것은 과연 내셔널리즘의 끝이 존재할까이다. 모든 에스니들이 각자의 국가를 가지게 되면 분쟁은 끝날 것일까? 새로운 에스니를 만들어내서 그 안에서 또다른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한민족이라는 나름의 에스니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지역갈등이라는 의미의 또다른 에스니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3)
현재 전세계의 정세를 읽기 위해 종교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1992년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주의의 승리를 선언한지 7년만에 사무엘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을 썼고, 9년 후에는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 뿐만 아니라 각 종교는 내부에서도 각 종파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가 세게 붙은 30년 전쟁은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 분쟁 역시 러시아정교회와 우니아트 교회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이슬람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그 역사가 1000년이 넘었고 현재 중동지역의 대부분의 갈등은 이들 종파 사이의 갈등이다.
저자는 시한폭탄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대표적으로 IS)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내셔널리즘을 강조하는 것을 제시한다. 그 근거로 이슬람을 어느정도 인정한 상태에서 민족의식을 고취하면 종교의 영향력을 줄인 스탈린의 예를 들었다.


구제국시대와 자본주의의 시대에 부의 집중과 사회의 양극화가 진행되었다. 사회는 불안해졌고 1,2차 대전이 발생했다. 이후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와의 체제 싸움을 했고 그 과정에서 복지가 강조되며 부의 재분배가 어느정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다시금 부의 집중과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사회는 불안해졌고 국가는 내셔널리즘이라는 수단으로 국민들을 통합하려 했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내셔널리즘은 소수민족들의 고립 및 불만을 야기한다. 이로 인해 사회는 더욱 불안해졌고 종교를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저자는 그 예로 EU와 IS를 들었다.) 하지만 종교 역시 갈등의 또다른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아날로지'와 '추체험'을 든다. 추체험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생각하면 될 듯하다.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생긴 부작용들에는 걸프전쟁과 이라크전쟁 등이 있다. 각 갈등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이후 해결하려고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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