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

삶과 배틀그라운드 (행운에 속지마라 - 나심 탈렙)

반응형

2017년 게임계에서 화제가 된 게임 중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있다. 한 섬에 100명의 유저가 떨어져서 섬 곳곳에 있는 무기를 획득하여 적을 모두 죽이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배틀로얄식 게임이다. 

이 게임의 특징은 모든 것이 무작위라는 것이다. 무기나 차량이 더 잘 나오는 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그곳에 항상 좋은 무기가 있지는 않다. 무기가 잘 나오는 지역이라고 해서 가봤더니 쓸만한 무기는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반대로 무기가 잘 안 나오는 지역에 갔는데 좋은 무기가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생존가능구역이 점점 좁혀지는데 이 생존가능구역이 설정되는 것도 랜덤이다. 생존가능구역이 내가 있는 곳의 반대쪽이면 생존가능구역까지 이동해야 한다. 운이 정말 좋다면 내가 있는 곳이 마지막까지 생존가능구역이 될 수도 있고 운이 정말 없다면 계속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영상을 보면 게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게임이 계속 생각났다. 모든 것이 랜덤인 이 게임의 특성은 실제 삶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삶은 무한한 우연의 연속이다. 일단 태어나는 것부터 우연이다. 아버지 몸 속에 있던 수 억마리의 정자 중 내가 난자에 들어가는 정자가 되는 것은 우연이다. 어머니 몸 속에 있던 난자 중 내가 수정되는 난자가 되는 것도 우연이다. 또한 부모님이 어떤 사람이 되느냐도 우연이고 어떤 친구들을 만나느냐도 우연이다. 어떤 학교를 가고 시험 성적은 어떻게 나오며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도 우연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사고로 죽지 않은 것도 우연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잊고 산다. 내가 잘났기 때문에 이런저런 결과물을 냈다고 말한다. 저자 탈렙은 고수익을 내는 트레이더들은 거의 항상 유능하고 시장예측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고수익을 냈던 것은 사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운이 좋아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말을 싫어하기에 이런저런 평가를 붙이는 것이다.

이런 우연의 연속에서 사람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도 않는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성공 확률이 높은 선택지보다 감성적으로 더 끌리는 선택지를 고른다. 탈렙은 이를 발전하는 사회에 맞춰 인간이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선택지가 많지 않던 과거에는 확률 계산할 일이 적었기에 감정이 이성에 앞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연의 연속인 삶에서 합리적인 선택까지 하지 못하는 인간은 어떻게 해야할까? 배틀그라운드에서 답을 찾아볼까 한다. 유저들은 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가지 전략을 세운다. 생존확률이 제일 높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다. 이 확률 계산은 유저들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사람들이 최대한 없는 곳에 떨어져 충분히 무기를 주은 후 전투에 참가하고 어떤 이는 무기가 많은 곳에 떨어진다. 생존가능구역이 좁혀질 때에도 어떤 이는 다음 구역을 예측해서 그 쪽에 가 있고 어떤 이는 가장 외곽에서 천천히 접근한다. 모든 것이 우연인 게임 속에서 사람들은 최대한 (본인 생각에) 생존 확률이 높은 선택지를 고른다. 내가 고른 답이 맞는 답이면 1등을 할 것이고 아니라면 1등을 못한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확률이 높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뿐이다. 내가 잘하는 것은 더욱 잘하게 못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잘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내게 맞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그 선택지가 정답인지 여부는 오로지 운에 따르는 것이다. 내가 고른 선택지가 정답이었다고 본인이 자만해서도 안되고 오답이었다고 좌절해서는 안된다. 물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본인을 탓해야 하지만 충분히 준비한 상태에서 오답을 골랐다면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2017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우리가 항상 잊고 살던 '삶은 우연의 연속'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일까? 저자는 본문에서 자기계발서가 의미없다고 말했지만 내 생각에는 이 책이야말로 최고의 자기계발서이다. 




반응형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목의 전쟁 - 김영준  (0) 2018.04.25
양육가설 - 주디스 리치 해리스  (0) 2018.04.05
한식의 품격 - 이용재  (0) 2018.01.06
이상한 정상가족 - 김희경  (0) 2017.12.14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0) 2016.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