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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이상한 정상가족 - 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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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넬슨 만델라)

이 책은 이 인용구로 시작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서 이 사회가 어떤 영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가?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은 항상 '훈육의 대상'이다. 말썽을 일으키기 전에 야단쳐야하고 사고를 치면 또 엄하게 혼내야 제대로 클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이의 생각이다. 

그런데 매를 들고 무섭고 엄하게 다스려야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고 잘 자란다는 통념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아이가 잘못을 해서 '사랑의 매'를 때리면 아이를 더욱 문제있는 아이로 만들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 김희경 씨는 '어느 누구도 사랑을 이유로 또는 타인의 행동 교정을 위해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없는데 오직 아이들만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때리는 것이 용인되는 유일한 집단'이라 했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맞은 아이들은 폭력이 곧 사랑이라는 가해자의 논리를 내면화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면서 이를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누군가 나서서 아이들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 요원하다. 사람들은 본인이 하는 훈육은 학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의 대부분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고의적 폭력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우발적 체벌이 통제력을 잃고 가해진 경우이다. 

만약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 출동해도 가해자는 '내 아이 내가 혼내는데 왜 남이 난리냐'고 화를 낸다. 아이를 부모의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부모의 재산이라고 생각하여 벌이지는 학대는 체벌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경쟁사회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해외입양 아동, 다문화 가정 아동 등도 사회적 무관심과 차별에서 기인한 학대를 받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정상가족'을 들고 있다.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정만이 '정상가족'이고 나머지는 다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지적한다. 

사람들은 학대 문제는 '비정상가족'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죽으면 아이가 '비정상가족'에서 살아야 하고 이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라 생각하여 부모가 자살하기 전 아이들을 죽이고 자살한다. 

정부 정책 역시'정상가족' 프레임에 갖혀있다. 아동학대 대책은 비정상가족에만 집중된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정상가족'에서 일어지는 데 말이다. 

미혼모 지원은 고아원 지원보다 훨씬 열악하다. 적절한 지원만 있으면 미혼모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있음에도 그것은 '비정상가족'이라 생각하는지 적절한 지원이 없다. 미혼모처럼 결혼하지 않은 가정은 '정상가족'에 비해 너무나도 적은 지원을 받는다.

입양 역시 마찬가지다. 입양은 전적으로 민간기관에서 담당한다. '정상가족'이 아니라서인지 정부는 무관심하다. 심지어 해외입양된 아이는 바로 대한민국 국적을 없애고 해당 국가의 국적을 얻는 것은 입양 가정에만 일임한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혐오도 심각하다. 이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문제다. 본인 자식들을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이주 가정에 대한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우리 권리를 빼앗아간다'며 비판과 혐오발언을 뿜어낸다. 다문화가정을 '정상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왜이렇게 '정상가족'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저자는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모든 사회문제에서 가족이 안전망 역할을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90년대 이후 개인주의 사회로 점점 변화했으나 또다시 IMF 경제위기 때 정부가 적절한 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사람들은 다시 '가족'만 찾게 되었다. 특히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자녀들을 계층 사다리에서 탈락시키지 않기 위해 온 가족이 팀플레이로 자녀 교육에 집중하면서 가족이기주의는 극에 달했다.

사람들이 '가족'에만 집착하자 정부 정책 역시 '가족' 위주로만 짜였다. 교육, 양육 정책 모두 '(정상)가족'을 이룬 가정에만 집중되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어려운 사람을 챙겨야 하는데 그들을 모두 '가족'이 해결하게 만들었다. '부양의무제' 역시 그런 생각에서 나온 아주 나쁜 제도이다.

이런 '가족' 집착은 직장에까지 이어졌다. 회사 소개에 '가족같은 분위기'라는 말은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족 내에서의 위계질서는 고스란히 직장에서도 이어졌다. 상사를 부모처럼 여기고 부하를 자식처럼 여기는 것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정상가족'을 이룬 사람들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발언 역시 배타적 가족주의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체벌이 법적으로 허용되던 국가였다. 처음 스웨덴에서 체벌을 금지하려고 하자 대한민국에서처럼 격한 반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스웨덴은 체벌금지법을 제정하였고 적극적인 정부의 홍보 이후 99%의 국민이 이 법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지켰다. 

체벌금지법을 통해 체벌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아동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카시트 장착, 시설물 안전관리 등 아동을 위험과 폭력으로부터 지키려는 사회적 노력이 커졌다. 

아동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아이들을 부모에게 귀속된 존재가 아닌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 개인으로 여기기 시작했따. 아이들의 선택을 중요시하여 국가가 가정 일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동시에 육아휴직, 근로시간 감축, 주택수당 등 부모가 아이 양육을 원할히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렇게 국가가 적극적으로 가정 일에 개입하면서 오히려 개인주의적 성향은 강해졌다. 대한민국이 가정 내 문제를 가족 단위로 생각하는 것에 비해 가정 내 문제를 개인 단위로 생각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저자는 국민과 정부가 '정상가족'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은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상가족' 내에서는 모든 양육과정이 잘 일어낼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정부가 해야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많은 것들을 가족에게 일임하고 본인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더욱 적극적으로 가정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 정책 방향 역시 '양육문제는 여성문제'라는 생각보다는 '양육문제는 아이를 키우는 모두의 문제'로 가야 한다. 체벌 금지의 법제화를 통한 아동 인권 향상 문제는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상한 정상가족
국내도서
저자 : 김희경
출판 : 동아시아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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