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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

노키즈존과 민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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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미국은 민권법(civil rights act)을 통과시킵니다.

민권법에서는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국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했습니다.

만약 백인에게는 룸을 주고 흑인에게는 야외 자리만 주던 식당이 있었다면 이 법을 위반하게 됩니다.

피부색 외에도 그 어떤 사유든 간에 공공이 사용하는 장소(식당, 호텔, 병원 등등)에서는 차별적 행위를 해서는 안됩니다.

 

1964년 당시 미국은 인종차별이 극심할 때였고 당연히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조지아 주는 인종차별이 심한 주였습니다.

여기에 있던 하트 오브 애틀란타 모텔(Heart of Atlanta motel)은 흑인 손님은 받지 않고 백인 손님만 받았습니다.

민권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흑인 손님을 받아야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이 모텔의 소유주는 이 법은 국회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고 사유재산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5조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연방 지방 법원은 민권법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 사건은 연방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1964년 10월 5일,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민권법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그 어떤 사유로든 손님을 차별해서는 안되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에 인종 차별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누군가 차별을 했을 때 그것이 위법한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요 몇 년간 노키즈존 이슈가 종종 나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도 이 이슈로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누군가는 노키즈존에 대해 찬성하고 누군가는 반대합니다.

본인이 진보적인 사람이라 자처하는 사람이 노키즈존에 대해 찬성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노키즈존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 경험은 일본에서였습니다.

어떤 식당에 가서 자리 안내를 받는데 주인이 나오더니 ‘아이는 안됩니다’라고 하면서 우리 가족을 쫓아냈습니다.

두 번째 경험은 우리나라에서였습니다.

번화가의 한 식당에 갔더니 빈 자리가 있음에도 자리가 없다며 우리 가족을 내보냈습니다.

이후 방문한 옆 식당에서는 ‘원래 노키즈존이라 아이는 안되는데 이번만 특별히 봐준다’면서 우리 가족을 받아주었습니다.

일본의 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이라고 경찰에 신고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신고받은 경찰이 어이없어하면서 우리 가족에게 다른 식당 가서 밥 먹으라고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거부하는 것은 아이뿐만이 아닙니다.

내국인 전용이라는 간판을 내건 목욕탕, 식당, 숙박업소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흑백분리를 실행하던 미국의 모습과 뭐가 다를까요?

안타까운 점은 미국은 1964년에 이것이 틀린 것임을 인식하고 법을 만들었는데 우리나라는 2019년이 되도록 이런 것들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역시 민권법 제정 전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트 오브 애틀란타 모텔 주인처럼 이 법에 반대해서 소송까지 건 사람까지 있었으니깐요.

그러나 미국의 입법자들은 이 법이 옳은 것이고 미국에 필요하기 때문에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 법을 제안한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이 법에 서명한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인권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이들처럼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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