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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야기/[2010년] 본3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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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째주~스물넷째주> 광주 정신과 #1. 정신과 4주 실습 중 첫 2주는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에서 실습을 합니다. 병원 소개글에 따르면 국내 정신과 전문 병원 중 대학병원 부설로는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병원은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큰 길에서도 차로 5분은 들어가야 하는 곳에. 병원은 총 4층인데 2,3층이 병동이다. 2층은 노인병동과 특별병동이 있고 3층에는 일반 병동이 있다. 보통 입원환자는 정신분열병이나 조울증 환자가 많고 알콜 중독환자나 식이장애 환자들이 있기도 하다. 물론 노인병동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분들도 있고. #2. 학생들이 하는 일은 프로그램 참가, 산책 같이 하기 등등이 있지만 가장 재미있던(?) 것은 환자 차트보고 환자를 직접 만나보는 일이었다. 차트를 보면 정말 다양한 과거사를 가..
<열셋째주~열여덟째주> 신촌 외과, 강남 소화기내과 외과가 바쁘기도 했고 포스팅이 귀찮아지기도 하면서 실습일지가 밀렸다. 6주간 간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생각들에 대해 간단히 써보자. 1. 외과를 돌면서 크게 세가지 방법의 수술을 봤다. 개복술과 복강경, 그리고 로봇수술이 그것이다. 수술들을 쭉 보면서 이 세가지 방법의 수술 중 어느 것이 가장 좋은 수술법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만약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수술을 받는다면 어떤 수술을 권할까?' 라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각 수술의 장단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개복술의 장점은 무엇보다 빠른 수술시간, 그리고 집도의에게 활짝 열려있는 수술시야 정도가 있겠다. 수술부위를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학생 ..
<실습 열한번째, 열두번째 주> 신촌 외과 상하부위장파트 1. 외과 첫 주다. 서양의학의 발전사를 보면 그 시초에 외과가 있었는데 드디어 그 외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체험하게 되었다. 외과를 돌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수술방의 모습이었다. 하얀거탑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 만인의 로망이었던 외과의사, 그리고 그들이 수술하는 모습. 미드를 보면 뭔가 sterile한 느낌의 방에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 주변에서 수술을 하고 2층 같은 데에서 사람들이 observation하는 것 같앗는데(House에서..) 과연 우리나라도 그러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매우 컸다. 그러나 실제 수술방의 느낌은 나의 상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일단 observation room 따위는 없다. 개복수술을 보려면 발판을 놓고 집도의와 어시스턴트의 어깨 사이로 수술시야를 ..
<실습 아홉째, 열번째 주> 강남 소아과 강남 소아과는 실습보다는 강의 위주였다. 그래서 에피소드로 삼을 만한 게 그닥 많지는 않았다. 실습 중에 듣는 강의라 강의실에서보다는 더 내용도 와 닿고 소수 그룹 강의라 집중도 잘 되었지만 그래도 실습에서 강의의 비중만 너무 높은 것 같은 느낌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강남 소아과의 가장 큰 특징은 무한 대기였다. 오후 회진을 언제 돌지 모르니 전체 일정 끝나고 몇 시간이고 대기 타야 하는 것... 둘째 주엔 사람이 적어서 그나마 나았지만 첫 주에는 작은 학생휴게실에 바글바글한 사람이 있어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첫 주에 오후 회진을 도는 데 응급실에 한 환자가 있다 해서 응급실에 갔다. 5살 정도 된 여자아이인데 입은 완전히 부르터서 어디가 입이고 어디가 나머지 얼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였고 온 ..
<실습 여덟째 주> 신촌 소아과 호흡기,감염 소아 호흡기 파트에서 딱히 기억에 많이 남는 일은 없었다. 실습이 하루 반밖에 안 되었던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pneumonia, bronchiolitis, croup이었기 때문인 이유도 크다. 그 중에 한 명 기억나는 환자가 있는데 대충 중3쯤 되는 남환이었다. 1주일간의 cough를 주소로 내원했는데 일단 학교 다닐 때 기침 오래해서 폐렴이 의심되면 머리에 mycoplasma를 떠올려야하는데 이 환자가 딱 그거였다. 가슴사진을 찍어보니 left lower lobe이 아주 새하얗게 나온 게 전형적인... 첫날 볼 때엔 어느정도 기침만 심할 뿐 괜찮아 보였는데 며칠 있다 보니 기침이 엄청 심해지고 애가 힘들어 죽으려고 했다. 하지만 mycoplasma pneumonia를 봐서 이 케이스가 기억나..
<실습 일곱째 주> 신촌 소아과 NICU NICU는 병원 내에서도 참 특이한 곳이다. 일단 회진 때 NICU 안에서만 돈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고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만나지 못하고 NICU에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만 계속 봐야한다는 것도 특이하다. 실습 돌기 전에 먼저 돌았던 사람들로부터 NICU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학생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접 가보니깐 정말로 학생에게 관심갖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저 교수님 회진 오시면 부르는 정도? 물론 선생님들의 할일이 워낙 많다보니 그럴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렇다고 이런 무관심이 서운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무관심 속에서 NICU내에 있는 아이들 보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 다만 일정이 끝났는데도 학생을 보내지 않고 그냥 무한대기 타야할 것만 ..
<실습 여섯째 주> 신촌 소아과 소화기 1. 병실에 아주아주 귀엽게 생긴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Lennox-Gastaut syndrome이라는 병이 있었지만 잘 치료받고 있었고 이번엔 소화기 증상으로 입원한 아이였다. 항상 어머니가 유모차에 태워서 끌고 다니셨는데(아이는 7살인데 7살치곤 좀 작았다.) 항상 우리가 갈 때마다 시크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좀 잘생긴 얼굴에 시크한 표정까지 합쳐져서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말 걸어도 대답 잘 안하는 나쁜 남자인 줄 알았는데.......... 다른 과 도는 친구한테 들은 얘기를 듣고 배신감을 느꼈다. 자기들이 회진 갈 때에는 막 커튼으로 얼굴 가리면서 장난치고 청진기 가지고 장난치고 부끄러워하고 말도 잘 했다는 것이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소아 소화기에는 교수님도 남자분이고 ..
<실습 다섯째 주> 신촌 소아과 신장 참 특이한 교수님을 만났다. 이제 실습돈지 5주밖에 안 되었지만 이런 교수님은 처음이었다. 이번 실습의 담당 교수님은 병원을 걸어다니다가 만나는 교수님마다 허리굽혀 인사하고 간호사 분들과는 인사는 물론 대화도 나누시며 심지어 실습 후 만난 학생에게까지도 고개+약간의 허리까지 굽혀 인사하시는 교수님이었다. 교수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유도 있겟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간호사분들이나 학생에게까지 인사 잘하는 교수님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도 간호사분들과 이렇게나 친한 교수님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간호사와 의사의 관계에 대해서...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붙어있지만 역시나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반대쪽만을 보고 있는 관계이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평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