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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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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 레일라 슬리마니 이 소설은 재미있다. 책장이 쉼없이 넘어간다. 그러면서 가볍지 않다. ‘아기가 죽었다’라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이렇게 짧고 강력한 문장은 소설 내내 이어진다. 장황한 묘사는 없다. 작가는 딱 필요한 것만 설명하고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 그래도 충분하다. 독자는 배경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관심이 없다. 아기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만 관심이 있다. 작가는 그런 독자의 취향을 저격한다. 번역가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작가의 문장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 무신경하게 번역했다면 책이 지루해졌을 것이다. 미리암은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음악 프로듀싱을 하는 폴를 만난다. 그와 결혼했다. 그의 앞날은 법정에서 빛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연히 아이를 갖..
골목의 전쟁 - 김영준 이 책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책이다. 직장인들이 40~50대에 퇴직 후 대부분 자영업에 뛰어드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상권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등에 대해 개략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나 역시 자영업을 할 가능성이 높기에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한 스토리에만 관심을 갖는다. 나심 탈렙이 ‘행운에 속지마라’에서 말했듯이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운이 좋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주식에서도 지금 잘 나가는 종목은 곧 내리막길을 걷게 될 확률이 높듯이 자영업 역시 지금 잘 나가는 가게들은 곧 레드오션이 되어 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 잘 나가는 가게를 본인이 열고자 한다. 그래서 한 가게가 유명해지면 전국에 수많은 유사 가게들이 넘쳐나게 된다. 시..
양육가설 - 주디스 리치 해리스 ‘왜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대로 자라지 않는가?’책의 뒷면에 써 있는 문구다. 이 문구 하나만 보고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궁금해했던 내용이기에. 우리는 흔히 어떤 아이나 젊은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부모를 비난한다. 부모가 아이를 잘못 키웠기 때문에 아이가 저렇게 나쁜 행동을 한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아이의 성장에 부모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우리의 이 ‘상식’에 “양육가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설(assumption)’이라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아이의 성장에 부모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라는 것이 저자가 이렇게 이름붙인 이유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아이..
삶과 배틀그라운드 (행운에 속지마라 - 나심 탈렙) 2017년 게임계에서 화제가 된 게임 중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있다. 한 섬에 100명의 유저가 떨어져서 섬 곳곳에 있는 무기를 획득하여 적을 모두 죽이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배틀로얄식 게임이다. 이 게임의 특징은 모든 것이 무작위라는 것이다. 무기나 차량이 더 잘 나오는 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그곳에 항상 좋은 무기가 있지는 않다. 무기가 잘 나오는 지역이라고 해서 가봤더니 쓸만한 무기는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반대로 무기가 잘 안 나오는 지역에 갔는데 좋은 무기가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생존가능구역이 점점 좁혀지는데 이 생존가능구역이 설정되는 것도 랜덤이다. 생존가능구역이 내가 있는 곳의 반대쪽이면 생존가능구역까지 이동해야 한다. 운이 정말 좋다면 내가 있는 곳이..
한식의 품격 - 이용재 추천사에 이 책의 저자는 ‘당대 음식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나는 음식계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 책의 저자는 현재 가장 욕 많이 먹는 음식평론가라는 것은 안다. 그의 블로그(bluexmas.com)에 가면 그를 욕하는 댓글이 엄청 많기 때문이다. 그가 욕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칭찬을 잘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음식점에 대해 비판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여기는 이게 문제고 저기는 저게 문제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욕을 먹는다. 그는 전작 에서 대한민국 외식 문화에 대해 비판했다. 외식 문화 중 특히 서양 음식(=프랑스 음식?)을 다루는 음식점들 위주로 비판했다. 이번에는 그가 더 용감한 책을 냈다. ‘한식’을 비판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하나..
이상한 정상가족 - 김희경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넬슨 만델라)이 책은 이 인용구로 시작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서 이 사회가 어떤 영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가?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은 항상 '훈육의 대상'이다. 말썽을 일으키기 전에 야단쳐야하고 사고를 치면 또 엄하게 혼내야 제대로 클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이의 생각이다. 그런데 매를 들고 무섭고 엄하게 다스려야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고 잘 자란다는 통념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아이가 잘못을 해서 '사랑의 매'를 때리면 아이를 더욱 문제있는 아이로 만들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 김희경 씨는 '어느 누구도 사랑을 이유로 또는 타인의 행동 교정을 위해 ..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사토 마사루 지음,저자 사토 마사루는 서문에서 아날로지(Analogy)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한국어로 '유사성'이라는 의미이다.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을 잘 지켜보면 현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유사성이 많고 그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현대를 신제국주의로 정의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요소로 1)자본주의 2)내셔널리즘 3)종교 문제 를 들었다. 우선 제국주의의 탄생과 자본주의에 대해 알아본다. 1) 신제국주의의 과거 버젼인 구제국주의는 19세기에 생겨난다.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팍스 브리타니카를 구축했던 대영제국은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번영한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쌓인 자본을 주체할 수 없었던 영국에게 1873년 불황이 찾아온다. 이후 영국은 보호무역을 시행한다..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 지음, 처음에 제목만 보고 고대중국의 역사를 통해 한국 고대사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인줄 알았다. 하지만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 부제를 보니 ‘어느 비주류 역사가의 분투기’라고 한다. 이게 조금 더 책 내용에 가깝다. 필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수개월간 연재한 내용을 정리하여 출판한 듯하다. 책의 전반부에는 최근에 읽은 ‘지배받는 지배자’라는 서적과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박사 과정을 미국 대학에서 보내게 된 과정, 그리고 미국과 한국에서의 교수 지원 과정이 나온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내용을 연속으로 읽게된 것이 신기하다. 국내와는 다른 미국의 교육 및 연구 여건, 그리고 교수 고용 과정을 계속 접하다보니 점점 사대주의가 생기고 있다. 국내에서만 공부했기 때문에 내가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