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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유럽

Null의 20일간의 독일 여행 - 14일차 @ 하이델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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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의 20일간의 독일 여행 - 1일차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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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의 20일간의 독일 여행 - 13일차 to 하이델베르크

2011년 1월 28일

Steffi Hostel에서의 1박이 끝났습니다. 아침에 우리 셋은 한목소리로 다른 숙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죠. 사실 하이델베르크에서 숙소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전에 알아볼 때에도 이쪽 숙소 중에는 저렴한 가격에 고퀄리티 숙소는 찾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일단 관광안내소에 가기로 했습니다. Steffi Hostel은 중앙역(Hauptbahnhof) 근처에 있고 관광안내소는 구시가지 중심에 있습니다. 거리가 꽤나 되죠. 거기에 우리는 각자 캐리어까지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버스 정류장에 가니 사람이 많더군요. 대부분 제 또래의 대학생으로 보였습니다. 1월 말에 독일 대학은 방학이 아닌 듯했습니다. 앞선 글에도 썼지만 하이델베르크에서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은 동양 학생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다닌 곳들이 동양인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행객이 아닌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역시 대학의 도시는 다른 것일까요?

버스를 타고 Marktplatz로 갔습니다. 독일 도시에는 어딜가나 Marktplatz 하나는 있는 듯합니다. 어느정도 규모가 되면 시장이 있으니깐 그렇겠죠? 어쨌든 Marktplatz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 가서 숙소를 물었습니다. 그쪽에서 몇 가지 정보를 묻더니 이곳저곳 전화를 하더군요. 그러더니 좀 외진 곳에 있는 호텔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가는 길도 상당히 멀고 여행하기도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쪽에서 명함을 주면서 연락을 해 두었으니 가서 말하면 될거라고 했습니다. 관광안내소를 나오면서 우리의 공통된 의견은 조금 더 나은 곳을 찾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위치가 너무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어제 tripadvisor를 통해 알아본 몇 군데를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호텔이라기 보다는 (사진으로 봐서는) 가정집의 방을 장기임대하는 곳 같은 느낌이었죠. 이름이 pension인 곳도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 펜션 개념과 같은지 의문이었죠. 그 중 한 곳이 Marktplatz 근처에 있었습니다. 이름이 Pension Jeske. Jeske라는 분이 하는 곳인가? 사이트의 소개글에는 괴테의 '조카'가 살던 곳이라더군요. 거리도 가깝기에 한 번 가보자고 했습니다. 위치는 Mittelbadgasse.(Gasse는 샛길같은 느낌의 길입니다.) 입구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냥 오래된 집 분위기. 벨을 누르지 인기척이 들리고 인상 좋은 아저씨 한 분이 나옵니다. 세 명이 묵을 수 있는 방이 있냐고 묻자 빈 방이 있다면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일단 방을 한 번 보겠다고 했죠. 건물에 들어가니 역시 예상대로 지금까지 다니던 호텔 혹은 호스텔과는 느낌이 완전 달랐습니다. 그냥 일반 가정집 느낌인데 방이 좀 많고 공동공간이 적은 느낌이었죠. 들어가자마자 우측의 방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갈 때에도 그냥 문을 여는게 아니라 커다란 열쇠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느낌이 딱 오래된 건물.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방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일단 가운데 문을 두고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총 3명이 잘 수 있는 방이었습니다. 조금 어둡기는 했지만 깨끗했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났죠. 화장실도 매우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방에 있는 가구들도 오래되기는 했지만 깔끔했고 오히려 고풍스러운(?) 느낌까지 났습니다. 셋 다 방 상태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솔직히 세 명 모두 이 정도 퀄리티를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이죠. 게다가 숙소 위치까지 구시가지에서 가까운 완벽함!! 가격은 조금 셌습니다. 1박에 85유로. 1인당 약 30유로이니 싼 편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우리가 가야 했던 호텔과 가격 차이를 비교해보면 그렇게 크게 비싸지도 않았습니다. 셋 다 콜~을 외쳤죠. 아저씨가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알려주었습니다. 위층에는 올라오지 마라, 문을 꼭 잠그고 다녀라 등등.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지도를 주면서 이렇게이렇게 다니면 시간도 적당하고 하이델베르크에서 유명한 곳은 다 갈 수 있다면서 관광가이드까지 해주었습니다. 모든 설명은 능숙한 영어로 해주셨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google에서 Pension Jeske로 검색하세요~ㅎ) 방 사진 같이 올립니다. 조금 어둡지만...ㅜ


침대 사진은 없네요.... 침대도 훌륭했습니다.ㅎㅎ

저기 보이는 길이 구시가지를 관통하는 메인 도로입니다. 이 길 상에 음식점도 많고 구경할 곳도 많습니다^^

아저씨가 추천해준 길을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아저씨가 추천해준 코스는 숙소를 출발하여 Bismarckplatz 쪽으로 갔다가 다리를 건너 철학자의 길을 걷고 그 다음에 다시 카를-테오도르 다리를 건너 숙소로 오는 코스였습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까지는 구시가지 느낌이 매우 강했는데 다리를 건너니 조금 달랐습니다.

 철학자의 길을 가는 길에 이런 건물이 있더군요. 건물 한 가운데 꼿꼿이 자란 저 덩굴나무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철학자의 길 입구에서는 이렇게 개 두 마리가 서로를 향해 엄청 짖고 있었습니다. 철학자의 길 입구이니.. 서로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ㅎ

철학자의 길을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팔랐습니다. 제가 저질체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길을 걸으며 사색을 하는 건 불가능해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경사를 어느 할아버지께서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시더군요. 저 분 허벅지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경사가 잘 안 느껴진다면 아래 사진을..

여기서도 잘 안 느껴지려나?ㅠ

철학자의 길 중간에는 이런 쉽터들도 많았습니다. 겨울이라 좀 황폐해 보였지만 봄이나 여름에 가면 무척이나 아름다울 듯합니다. 처음에 오를 때에는 몰랐지만 오르고 나니 산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인 듯합니다. 괴테가 괜히 매일 이 길을 걸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의 전경입니다. 하이델베르크는 지정학적으로 조금 특이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 기준으로..) 처음 도시가 생긴 곳은 바로 위 사진에 있는 다리 건너편쪽이었습니다. 아마도 앞에는 강이 있고 뒤에는 높은 산이 있으며 양 옆으로 길이 있기는 한데 사진에서 왼쪽은 그 입구가 매우 좁기에 수비하기 편하고 반대쪽은 넓은 평야가 이어져서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쉬웠을 듯합니다. 도시는 입구가 좁은 지역부터 형성되기 시작해서 점점 넓은 쪽으로 갔습니다. 대충 비스마르크 광장까지의 구시가지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한창 날리기 시작하던 17세기 초의 하이델베르크였지요.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커졌지만. (예전 하이델베르크 사진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 저기 보이는 다리를 건너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학생감옥을 갔습니다. 비록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무척이나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박물관에서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이렇게 유서깊은 대학에 한 번 다니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태 평화상 하나만 나온 노벨상 수상자가 하이델베르크 대학 출신만 해도 수십명은 되었죠. 학생감옥 역시 매우 재밌었습니다. 대학생은 일반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기에 학교 내에 특별히 만든 학생감옥. 하지만 이름만 감옥일 뿐 수업도 다 듣고 일상생활도 거의 다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유흥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뿐. 물론 당시 학생들은 유흥을 즐기지 못하고 그 감옥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도 매우 큰 불만이었는지 그 안에다 엄청난 예술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 덕에 지금 후손들이 그걸 재밌게 보고 있죠.ㅎ 학생감옥을 보며 과거 대학과 지금 대학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많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대학 마지막 학년인데, 과연 100여년 전 대학생과 지금 대학생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까요? 그들이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던 과거를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마지막 목적지는 하이델베르크 성이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성에 올라가는 모노레일 같은 게 있는데 저희는 거의 막차를 탔습니다. 이제 4시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독일의 하늘은 벌써 어두워지려 하는군요.

전쟁으로 무너진 성의 일부입니다. 이렇게 무너졌지만 복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도 역사의 일부거든요. 이 무너진 성의 일부는 이 하이델베르크 성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냥 아무 느낌없이 지나칠, 수많은 독일 성들의 일부가 되었을 하이델베르크 성이 이 무너진 부분으로 인해 특별한 성이 된 것이죠. 위키피디아를 보니 1800년대에도 이 성은 이렇게 무너져 있었던 듯합니다. 이젠 안 무너져 있으면 이상하게 느껴질 듯하네요. 내부가 저렇게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도 인상깊습니다. 성의 단면도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죠. 무너진 부분도 푸른 잔디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제가 갔을 때에는 그저 황량한 정원이었지만 과거에는 엄청나게 화려했을 정원이 있습니다. 이 모든게 부침이 많았던 하이델베르크 역사를 반영한다고 보면 너무 과장된 해석일까요?

안쪽에는 해시계가 있습니다. 지금 시간은... 보이지 않는군요, 해시계가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남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독일에서 해시계라..

엄청나게 커다란 와인 통입니다. 1751년에 만들어졌고 22만 리터의 와인이 들어간답니다. 과연 저기에 진짜 와인을 담았을지는 의문이지만 이제는 너무 오래되서 담을 수 없다고 합니다. 22만 리터면..... 

구시가지 전경입니다. 저 건너편에는 철학자의 길도 보입니다. 아마 수백년 전 하이델베르크의 통치자는 이 위치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 보았겠죠. 아래쪽에 보이는 다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던 다리입니다. Neckar 강을 건널 수 있던 유일한 다리. 레겐스부르크의 다리도 그렇고, 독일에는 참 오래된 다리들이 많습니다. 이건 독일인이 아니라 로마인들을 찬양해야 하는 건가요?ㅎ

하이델베르크에도 보가 있습니다. 정말 독일에서는 물이 있는 곳에 보가 있군요. 이런 시설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나라입니다.

마을을 향하고 있는 대포입니다. 실제 대포는 아니고 그냥 장식용이기는 할테지만... 

하늘은 벌써 어두워졌습니다. 해 한 번 정말 빨리 지네요. 그래도 그 덕에 더욱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충분히 담지는 못했지만..

철학자의 길을 내려오는 길은 굉장히 구불구불합니다. 저는... 뒤에서 개가 쫓아와서 무척이나 빨리 뛰어 내려왔습니다. 그 개가 얼마나 빠르던지 담을 훌쩍훌쩍 넘더군요;;


이렇게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여정도 끝났습니다. 내일은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고모님 댁에 갈 예정입니다. Pension Jeske에서 묵는 유일한 밤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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