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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VD 처음 본 날!! #1. 오늘은 아침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신환이 3명인가 4명이 들어왔는데 다들 IUP 38주 정도 되는 산모였다. 기록을 보니 labor가 있고 무언가가 나와서 분만실을 찾아온 산모들이었다. 즉, 분만이 임박한 산모들이 온 것이다. 하지만 오전은 평온했다. 레지던트나 간호사 선생님들은 조금 바빠 보이기는 했으나 소리지르는 산모는 없었고 분만실은 그저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점심 먹고 돌아온 이후 무언가 다들 정신없어졌다. 내 뒤에서 그냥 누워있던 산모가 가족분만실로 이동하고 간호사나 레지던트 선생님들 입에서 '분만'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다. 분만실도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그 장소를 사용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설마, 설마??'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구석에서 ..
분만 볼 기회를 놓치다. #1. 오늘은 하루종일 분만실에서 잉여짓하면서 보냈다. 구석에 있는 컴퓨터 앞에서 주변에서 들리는 산모들의 고통스런 비명소리를 배경음으로 깔고 위키 quote에서 House 대사나 보면서 6시간을 보냈다.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싶어도 했다간 눈치보일 것 같은 분위기라(그렇다고 산부인과 공부는 하기가 싫고;;) 그냥 컴퓨터만 죽어라 했다. 가끔 심심하면 파일로 된 Williams나 읽고.. 5시에 conference가 있었는데 3시 반 쯤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은 산모가 있었다. 계속 소리지르시는 게 분만이 임박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정말 신호인지는 모르겠다. 산부인과는 문외한이라-_-) 아- 오늘 드디어 분만을 보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만실에서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
처음으로 C-sec 본 날 #1. 산부인과 실습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이 딱 두 개 있다. 바로 C-sec 하나와 분만 하나는 꼭 보자는 것이었다. 본1 때 해부한 카데바가 남자분이어서 여성 생식기는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본2 때 산부인과를 공부했기에 정말 산부인과에 대한 이해도가 제로였다. 그래서 내가 그나마 관심있는 이 두 개는 꼭 보자는 다짐을 한 것이다. 그 중 하나인 C-sec을, 말로만 수백번을 들은 바로 그 제왕절개술을 2010년 9월 13일에 처음 봤다! #2. 아침에 C-sec이 3개인 것을 확인하고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이미 한 개는 끝난 상태고 한 개는 (내가 좀 늦장부렸더니) 산모가 이미 수술실에 들어와 있었다. 교수님 이름과 소문만 들었지 어떻게 생긴 분인지를 몰랐기에 긴장 엄청 타면서 수술을 지켜봤다. 첫 ..
<스물일곱째주~스물여덟째주> 신촌,강남 신경과 #1. 누군가 내게 본1,2 때 가장 재밌게 공부한 과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망설임없이 신경과학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본과1학년 때 생화학과 생리학, 조직학, 해부학에서 헤매면서 의학공부에 대한 의욕을 점점 상실해갈 때 기초신경과학 분기말 공부는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문족 위주의 공부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기초신경과학이 분기말 전날(!) 내게 어느 정도의 이해를 허락하였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쭉쭉 뻗어있는 수많은 tract 들이 조금, 아주 조금 개념이 잡혔다. (물론 시험을 보고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2학년 때의 임상신경과학은 수업이 기대했던 것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stroke 파트는 내과학에 가까웠고 epilepsy는 그저 웃음만 ..
<스물다섯째주~스물여섯째주> 신촌,강남 정신과 #1. 정신과 실습을 돌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환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마음만 먹으면 환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겠지만 다른 과는 대부분 의학적인 이야기를 나누어야하는 반면 정신과는 환자의 세상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도 치료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냥 수다떨듯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우선 광주에서는 환자와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가 매우 쉬웠다. 폐쇄병동이라 환자는 항상 자신의 자리나 복도에 있고 내가 찾아가서 말을 걸기만 하면 되었다. 간혹 부정적으로 대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친절하게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셨다. 하루종일 병동에만 갇혀 있으려니 심심하고 말상대가 필요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도 이야기할 상대가 필..
<스물셋째주~스물넷째주> 광주 정신과 #1. 정신과 4주 실습 중 첫 2주는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에서 실습을 합니다. 병원 소개글에 따르면 국내 정신과 전문 병원 중 대학병원 부설로는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병원은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큰 길에서도 차로 5분은 들어가야 하는 곳에. 병원은 총 4층인데 2,3층이 병동이다. 2층은 노인병동과 특별병동이 있고 3층에는 일반 병동이 있다. 보통 입원환자는 정신분열병이나 조울증 환자가 많고 알콜 중독환자나 식이장애 환자들이 있기도 하다. 물론 노인병동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분들도 있고. #2. 학생들이 하는 일은 프로그램 참가, 산책 같이 하기 등등이 있지만 가장 재미있던(?) 것은 환자 차트보고 환자를 직접 만나보는 일이었다. 차트를 보면 정말 다양한 과거사를 가..
<열셋째주~열여덟째주> 신촌 외과, 강남 소화기내과 외과가 바쁘기도 했고 포스팅이 귀찮아지기도 하면서 실습일지가 밀렸다. 6주간 간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생각들에 대해 간단히 써보자. 1. 외과를 돌면서 크게 세가지 방법의 수술을 봤다. 개복술과 복강경, 그리고 로봇수술이 그것이다. 수술들을 쭉 보면서 이 세가지 방법의 수술 중 어느 것이 가장 좋은 수술법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만약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수술을 받는다면 어떤 수술을 권할까?' 라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각 수술의 장단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개복술의 장점은 무엇보다 빠른 수술시간, 그리고 집도의에게 활짝 열려있는 수술시야 정도가 있겠다. 수술부위를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학생 ..
<실습 열한번째, 열두번째 주> 신촌 외과 상하부위장파트 1. 외과 첫 주다. 서양의학의 발전사를 보면 그 시초에 외과가 있었는데 드디어 그 외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체험하게 되었다. 외과를 돌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수술방의 모습이었다. 하얀거탑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 만인의 로망이었던 외과의사, 그리고 그들이 수술하는 모습. 미드를 보면 뭔가 sterile한 느낌의 방에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 주변에서 수술을 하고 2층 같은 데에서 사람들이 observation하는 것 같앗는데(House에서..) 과연 우리나라도 그러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매우 컸다. 그러나 실제 수술방의 느낌은 나의 상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일단 observation room 따위는 없다. 개복수술을 보려면 발판을 놓고 집도의와 어시스턴트의 어깨 사이로 수술시야를 ..